[기고] K바이오의 돌파구, 플랫폼이 답이다
플랫폼 기술, 활발한 수요 존재
우수 플랫폼에 대한 지원 필요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 성과는 총 20건, 약 8조원 규모였다. 2022년 총 16건, 약 6조원 대비 한층 진일보한 성과다. 특히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플랫폼은 다수의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큰 변화 없이 적용할 수 있는 공통된 코어 기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플랫폼 기술을 가진 바이오 기업은 다음 특징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플랫폼 기술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신약 모달리티(치료방법)를 창조해 내거나(CAR-T, mRNA 등), 아니면 기존 신약 모달리티 내에서 기존의 표준 기술 대비 우수한 기술적 우위를 줄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
둘째, 경쟁사가 모방, 시장 침투 등의 시도를 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강력한 특허 보유나 시설, 노하우 등을 통한 보호를 생각할 수 있다.
셋째, 해당 플랫폼 기술이 다수의 사례에 유연하게 적용돼 용이하게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플랫폼 기술에 대한 활발한 기술적 수요가 존재해야 한다.
플랫폼 기반 기업들은 파트너십 형태의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글로벌 제약사 등 신약을 개발하고자 하는 수요자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용료(기술료)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이른 단계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일정 수준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 가능하다. 대규모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통해 기술에 대한 신뢰도 쌓을 수 있다. 마일스톤 달성에 따른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 안전성, 유효성도 검증 가능하다.
플랫폼 기술의 상업적 검증이 되고 기업공개(IPO)나 추가 기술수출을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완료된 이후 자체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대형 제약사에 인수된 시젠(Seagen), 이뮤노젠(Immunogen) 등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들이 있다.
플랫폼 기반 사업모델이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그렇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업화에 성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신약)이 존재해야 한다. 신약 개발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상술한 플랫폼 기반 접근법과 특정한 연구 성과에 집중해 약물 타깃을 선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의 후보물질을 만들어 내어 사업화하는 에셋(asset) 중심 접근법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에셋 중심 사업모델에 의존해 왔다. 이는 국내 투자환경에서 기인한다. 바로 자본조달 규모와 가능성의 제약이다. 미국은 임상 3상 성공 이후 제품을 직접 출시할 수도 있고, 임상 2상을 진행하면서 인체에서의 PoC(효력 검증)를 마친 후 기술수출 또는 인수합병(M&A)이 가능한 수준의 대규모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해당 에셋이 잘못되는 경우 많은 투자가 집행되었더라도 빠르게 청산 가능하다. 반면, 국내는 이러한 자금 조달이나 빠른 청산을 통한 위험 분산이 쉽지 않다. M&A 기회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에셋에 집중해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셋 중심 사업모델의 취약점은 기술수출의 반복성이 제한된다는 것과 다음 마일스톤 달성 이전까지 실패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의 2019년도 논문에 따르면 임상 1상 단계의 후보물질이 성공적으로 출시될 확률은 7%에 불과하다. 임상 2상 단계에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15%에 그친다. 즉, 임상 1상 단계에서 수백억원의 선급금을 받고 기술수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업은 7%의 성공 확률을 가진 물질 하나와, 다음 후보물질을 개발할 비용만을 가진 상태로 여전히 매우 높은 리스크에 노출되게 된다.
플랫폼 기반 사업모델은 에셋 중심 접근 방식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즉, 신약개발의 낮은 성공 확률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수의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후보물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파트너사와 적절한 협력 관계 속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다.
이미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다수의 파트너십 계약과 이에 기반한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오름테라퓨틱, 피노바이오 등의 비상장 플랫폼 바이오 기업들 역시 미국의 성공적인 플랫폼 바이오 기업들에 못지않은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성공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이들 국내 플랫폼 바이오 기업들은 올해에도 개발 마일스톤 달성, 추가 기술수출 등의 성과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을 통해 더욱 많은 성공 사례가 창출되고 국내 바이오산업이 믿을 수 없는 산업 섹터라는 일부의 편견을 이겨내고, 본격적으로 미래 성장 산업 섹터로 체질 개선하기 위해 이들 우수 플랫폼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가 부도' 최악의 사태 온다"…3개월 만에 13조 날린 나라
- 현금 다발 산처럼 쌓았다…슈퍼카 타는 강남 건물주의 정체
- "그야말로 불타고 있다"…30년 만에 연초부터 '불장'
- 신고가 하이닉스에 7.6만전자 회복…반도체 대형주 '들썩'
- "저 살쪘나요?" 불만에도…비행기 탈 때 몸무게 재는 이유
- 김수미 母子, 횡령 혐의로 피소…"며느리 집도 회삿돈으로" 주장
- 서정희, 6살 연하 남자친구 김태현 공개…"25년 전 시작된 인연"
- 라미란 "남편은 신성우 매니저 출신, 아들은 사이클 국가대표 김근우"
- 조세호, 결혼한다…예비신부 9세 연하 회사원
- 이준석 "한동훈 사퇴 요구, 애초에 기획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