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상식서 ‘깜짝 이벤트’…김호영, 뻔한 수상 소감에 펀치를 날리다

남지은 기자 2024. 1. 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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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추첨해서 감사 인사 드리겠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수상 소감에서 감사를 전하는 인사는 그들만을 위한 소감이고 이제는 대중을 위한 소감이 필요하다"며 "시상식은 한해 동안의 작품을 정리하는 시간인 만큼, 짧아도 고심한 흔적과 여운이 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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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이 지난 15일 제8회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자조연상을 받은 뒤 동료 두명을 추첨해 감사 인사를 건네 화제를 모았다. 영상 갈무리

“두 분 추첨해서 감사 인사 드리겠습니다.”

지난 15일 제8회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자조연상을 받은 김호영은 간단한 소회를 밝힌 뒤 가방을 열어 수북이 쌓인 종이를 휘젓기 시작했다. “감사한 동료분들이 많아서 (…) 그분들의 이름을 써봤어요. 두 분 추첨해서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전수경 선배님. 또 한 분은 박준면 누나 고마워요!” 이 수상 소감은 소속사도 모르는 깜짝 이벤트였다. 소속사 관계자는 “무대에 가방을 메고 나간다고 해서 그러라고는 했는데 그 안에 그게 들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음악, 드라마, 뮤지컬까지 케이(K) 콘텐츠가 사랑받으면서 관련 시상식은 늘어나지만 뻔한 소감은 공동 수상만큼 고질병이었다. 김호영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는 것도 비교돼서다. 특히 티브이(TV) 시상식에서는 자신이 믿는 종교의 신을 거론하는 것부터 시작해, 감사한 사람만 열거하다가 끝나기 일쑤다. 차별화된 수상 소감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지만 바뀌지 않는 상황이다.

영상 갈무리

업계와 상을 받는 이들은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년 전 데뷔 이후 처음 상을 받았던 한 배우는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상이나 주연상이 아니라면 알아서 빨리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에 고마운 사람만 빠르게 나열하게 되더라”고 했다. 뻔한 소감에는 방송가 특유의 관계 맺기 문화도 담겨 있다. 누군가 빼먹으면 서운해할 것 같다는 걱정과 다른 배우들은 다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나만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함이 담겨있다. 한 케이블 방송사 피디는 “티브이 시상식은 ‘우리 방송사 작품에 출연해줘서 고맙다’와 ‘우리 배우 챙겨줘서 고맙다’는 인사의 자리가 된 지 오래됐다. 그런 자리에서는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더 하는 것보다 고마운 사람을 빼놓지 않고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갈수록 분야 쪼개기와 공동수상이 남발된다. 에스비에스는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신인상만 7명한테 줬다.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상자도 알찬 시간을 위한 묘안을 짜낸다. 고마운 사람을 미리 적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식이다. 이이경은 2021년 ‘한국방송(KBS) 연기대상’ 조연상을 받은 뒤 즉석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며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작품과 시대 상황을 반영해 메시지를 전하는 소감도 늘고 있다. 1980년 광주를 다룬 ‘오월의 청춘’(2021년, KBS2)으로 그해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고민시는 “1980년 5월을 빛내준 모든 분”들을 수상 소감에 언급했고, 지난해 ‘한국방송 연기대상’에서 ‘고려거란전쟁’으로 조연상을 받은 이원종은 “다시는 야만의 세월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소감을 남겨 화제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수상 소감에서 감사를 전하는 인사는 그들만을 위한 소감이고 이제는 대중을 위한 소감이 필요하다”며 “시상식은 한해 동안의 작품을 정리하는 시간인 만큼, 짧아도 고심한 흔적과 여운이 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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