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여자 널렸어"… 아내 살해혐의 변호사, 정서적 학대 정황

윤지영 기자 2024. 1. 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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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결혼생활 내내 10여년에 걸쳐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22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결혼 무렵부터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 있다"는 등의 비하 발언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찰은 A씨가 지난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아들·딸과 함께 수년간 뉴질랜드로 이주해 거주하고도 오히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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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결혼생활 10여년에 걸쳐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자녀와 아내 사이를 단절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피의자가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결혼생활 내내 10여년에 걸쳐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22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결혼 무렵부터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 있다"는 등의 비하 발언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가 업무로 바쁘면서도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또 검찰은 A씨가 지난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아들·딸과 함께 수년간 뉴질랜드로 이주해 거주하고도 오히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것으로 봤다. A씨는 지난 2019년 아내에게 메시지를 전송해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을 읽었는데 너의 대응이 흡사하다"며 "성병 검사 결과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영상통화로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여 달라고 하거나 3개월 치 통화 명세를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 2019년쯤 자녀들이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2021년에는 딸이 엄마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며 영어로 욕설하게 시켰고 아들에게는 "어디서 또 밤에 집 바깥에서 나쁜 짓 하냐"는 말을 하게 한 뒤 이를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지난 2021년 10월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같은 해 11월 말 취하했다. 이는 A씨가 '엄마의 자격·역할 관련해 비난·질책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면서 설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이듬해 상반기부터 아내의 직장으로 전화를 걸어 아내의 행적을 수소문하고 아내에 대해 험담하는 등 약속을 깼다.

검찰은 A씨가 해외여행과 명절에도 아내를 괴롭히고 아내와 자녀 사이의 만남을 단절했다고 봤다. A씨는 지난해 3월 가족과 뉴질랜드로 떠났다가 초행지에 아내만 남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자신과 자녀들 것만 구입하고 아내는 자비로 따라오게 한 뒤 돌연 "신용카드를 두고 왔다"며 현지에서의 모든 비용을 아내에게 떠넘겼다. 추석에 협의 없이 자녀들만 데리고 홍콩에 가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13일 아내가 딸을 데리고 별거를 시작한 거처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경찰관으로부터 퇴거조치를 받았다. 당시 그는 딸에게는 "가난한 아내의 집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장모에게는 "이혼을 조장하지 말고 딸에게 참는 법을 가르쳤어야 했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는 소란 다음날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소송은 지난해 12월3일 아내가 숨지면서 결론 없이 종결 수순을 밟았다. 사건 당일 A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두고 간 책가방을 가지러 오라"며 자기 집으로 오게 했다. 검찰은 A씨가 말다툼 끝에 주먹과 쇠 파이프로 아내를 가격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판단해 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A씨 변호인은 지난 19일 첫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허경무)가 혐의 인정 여부를 묻자 "선임계를 그저께 제출했다"며 답변을 미뤘다. A씨에 대한 2차 공판은 다음달 28일 열린다.

윤지영 기자 y2ung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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