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닫는 중국 중산층…경제 회복 걸림돌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외국인 투자회사에 다니는 류모씨는 2015년 투자 목적으로 작은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2021년 630만위안(약 11억6594만원)까지 치솟았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400만위안(약 7억4028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류씨는 “지난 2년간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크게 줄었다”며 “나는 과거처럼 명품 쇼핑을 하지 않으며, 현재로서는 소비를 줄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중국 중산층이 지갑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부동산 시장 위축과 주식 가치 하락 등으로 자산이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이다. 중산층의 지출 감소는 경제 회복의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경제 회복이 더뎌질 경우 중국에서 중산층 붕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3인 가구 기준 연간 10만위안(약 1852만원)에서 50만위안(약 9259만원)의 소득 계층을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현재 1억4000만 가구 약 4억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허리 역할을 한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경제의 견실함을 강조하며 “현재 중국 중산층 인구는 4억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10여년 안에 그 수가 8억명에 도달할 것이며 이는 글로벌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산층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상당수가 이제 막 중산층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 고문인 왕이밍(王一鳴)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은 최근 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산층 대다수는 이제 막 중산층의 문턱을 넘어선 이들로 소득이 여전히 하한선에 근접해 있다”면서 “이들은 소득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펜데믹 같은 경제적 충격에 취약한 계층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저축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자녀 교육과 가족 내 노인 돌봄 등의 부담을 져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그들은 돈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자산이 축소된 것은 중산층이 더욱 지갑을 닫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 경제평론가인 우샤오보(吳曉波)가 30~40세 중산층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3년 신중산층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중산층 가정의 11.4%가 자산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했고, 28.9%는 자산이 10~30%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산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4.8%에 그쳤다.
SCMP는 이런 상황을 두고 “중국의 장기화한 부동산 시장 침체와 주가 하락 속에서 중산층의 부가 계속 사라지면서 세계 최대 규모 중산층이 위험에 처했다”며 “강력한 경제 회복이 없으면 4억명의 중산층 그룹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 관영매체도 이례적으로 중산층 감소 위험을 지적했다. 관영 경제일보는 지난달 논평을 통해 “중산층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이 중하위 소득층으로 일부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중산층에서 탈락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산층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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