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정당 막자…나치 악몽에 연일 수십만 반대시위

노지원 기자 2024. 1.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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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를 위한 자리는 없다."

독일 전역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반대하는 시민이 계속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이 창당됐던 2013년에만 해도 이 정당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11월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연방 의원과 알리체 바이델 공동대표의 고문 등 당 핵심 인사들이 인종차별주의에 기반해 이주민을 추방할 계획을 짜는 극우 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현지 탐사 매체 코렉티브 보도로 폭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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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연방 의회 앞에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반대하는 시위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나치를 위한 자리는 없다.”

독일 전역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반대하는 시민이 계속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어둠이 내려앉은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은 다 같이 휴대전화 플래시를 들어 올려 흔들었다. 이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에 투표하는 것은 (나치당이 집권한) 1933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당)은 1932년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집권했으나, 이후 독재 체제로 나아간 역사가 있다. 시위 장소에는 유럽연합(EU) 깃발과 무지개 배너가 펄럭였다. 21일 시위에 나온 리디아 스테판하겐은 “마침내 일이 벌어져서 좋다. 침묵했던 다수는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이 창당됐던 2013년에만 해도 이 정당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이후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배경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이 극우 정당 지지율은 지난해 7월 20%를 돌파했고, 현재도 20%대로 신호등 연정을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다.

독일 시민들의 위기 의식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연방 의원과 알리체 바이델 공동대표의 고문 등 당 핵심 인사들이 인종차별주의에 기반해 이주민을 추방할 계획을 짜는 극우 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현지 탐사 매체 코렉티브 보도로 폭로되기도 했다. 이들이 망명 신청자는 물론 영주권자 및 시민권자라 하더라도 독일 사회에 “동화되지 못한” 경우 강제로 내쫓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에 반대하기 위한 시위가 조직됐으며 참가자는 늘고 있다.

시위는 지난 12일부터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19∼21일 사흘 동안 독일 전국의 100개 지역에서 시위가 조직됐으며 날마다 수십만명씩 거리로 나왔다. 주최 측인 정치 비정부기구 콤팩트(Campact)와 ‘미래를 위한 금요일’ 추산으로 전국 합계 140만명이 운집했다. 19일 함부르크에서만 5만명 이상, 20일엔 프랑크푸르트와 하노버를 포함한 곳에서 25만명 이상이 모였다.

특히 남부 대도시 뮌헨에서는 21일 너무 많은 참가자가 몰리는 바람에 주최 쪽이 안전상의 이유로 계획했던 행진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지 경찰 추산으로 신고 인원의 4배에 달하는 10만여명, 주최 쪽 추산 25만명이 시위에 나왔다. 뮌헨 인구는 147만명 가량이다. 같은 날 저녁 수도 베를린에도 10만여명이 모였다. 쾰른 지역에서는 7만명, 브레멘에서는 4만5천명이 모였다.

옛 동독 지역으로 올해 주의회 선거를 앞둔 작센주의 수도 드레스덴에서도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졌다. 경찰이 시위행진 계획을 조정해야 할 정도였다. 작센주를 비롯한 브란덴부르크주, 튀링겐주 등 동부 지역은 독일을 위한 대안 지지율이 높은 곳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이들 지역에서 전국 평균 지지율(약 20%)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작센주 총리 자리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의 극우 정당 반대 시위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21일 독일 빌트가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을 위한 대안 지지율은 여전히 22%로 높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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