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도, 마쓰이도 ‘겸손 모드’… 속내는 다르다? 마무리 심장은 다르다, 자존심 경쟁 시작

김태우 기자 2024. 1.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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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메이저리거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마감을 코앞에 두고 극적인 ‘버저비터’를 터뜨린 고우석(26‧샌디에이고)은 귀국 인터뷰 당시 잔뜩 낮은 ‘도전자’의 자세를 피력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청사진을 묻자 대다수는 “아직 메이저리거가 아니다”고 자세를 낮췄다.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고우석은 혁혁한 실적을 자랑한다. 아직 20대 중반의 선수지만 KBO리그 통산 139세이브를 거뒀다. 30세이브 이상 시즌만 세 차례, 2022년에는 42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지난해 다소 부진하기는 했으나 이미 그의 기량을 체크한 샌디에이고는 막판 고우석 영입에 나서 뜻을 이뤘다. 고우석은 2+1년 최대 940만 달러의 조건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선다.

하지만 고우석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며 차분하게 준비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기분을 한 번 내볼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우석의 올해 연봉은 175만 달러, 내년 연봉은 225만 달러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연봉 평균보다 살짝 높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실적이 없다면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금액이다. 2024년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어 자칫 잘 적응하지 못하면 ‘신분’의 변화에 크게 휩쓸릴 수도 있다. “아직 메이저리거가 아니다”라는 고우석의 말은, 들뜨기보다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며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고우석과 같은 에이전시이자 한 발 앞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일본 출신 좌완 불펜 자원인 마쓰이 유키(29) 또한 낮은 자세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좌완 불펜 투수 중 하나였던 마쓰이는 최연소 200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는 등 성공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5년 최대 2800만 달러에 두 차례의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을 넣었다. 고우석보다는 후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마쓰이도 자신이 마무리 투수라는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고우석과 마찬가지로 겸손하게 2024년 시즌의 문을 열었다. 마쓰이는 최근 지역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빅리그에서 단 한 개의 투구도 하지 않은 선수다.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9회에 투구할 것이라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그냥 기회가 있을 때 경기에 나가 팀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쌓고 싶다. 내가 경기하는 상황이 하이 레버리지 상황 중 하나에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러나 두 선수의 속내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두 선수는 모두 이전 소속팀에서 부동의 마무리 투수로 뛰었다. 클로저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인정하지만, 이왕이면 마무리로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건 당연하다. 선의의 경쟁이다. 게다가 고우석이나 마쓰이나 인센티브 조항 중 상당 수가 ‘경기 마무리 수’에 달려 있다. 꼭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역시 마무리 보직을 염두에 두고 건 조항이다. 마무리가 되어야 돈도 많이 번다.

▲마쓰이 유키
▲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는 고우석 ⓒ곽혜미 기자

현지 언론에서는 2024년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로 기존의 로베르트 수아레스를 비롯, 마쓰이와 고우석까지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시속 150㎞를 쉽게 넘기는 강력한 구위가 장점이다. 다만 지난해 성적이 떨어졌기에 아직 마무리 보직을 장담할 수는 없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 또한 아직은 팀의 마무리 투수를 못 박지 않았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의 모습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한 수아레스나 마쓰이를 우선적으로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이저리그는 결국 연봉이 권력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불안감이 있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부진을 만회해야 하고, 마쓰이는 메이저리그에 적응해야 한다. 고우석도 분명 좋은 무기를 가진 선수인 만큼 증명하면 충분히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시작은 겸손했던 두 동양인 선수의 시즌 마지막 보직이 무엇일지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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