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방이 최고? '콜록콜록' 병원 대기 행렬…"오히려 독감 옮을수도"
가족 등 공동체 내 감염 억제 중요…'노출 후 예방요법' 주목
경구용 인플루엔자 신약 '조플루자', 독감 안 걸렸어도 복용하면 예방 가능
인플루엔자 주사제, 품귀에 원내 감염 위험 높아…"새로운 치료 옵션 고려해야"
"내 가족, 내 회사, 내가 속한 공동체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막아주는 '면역 병풍'이 필요합니다."
유병욱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현재 지난 5년 기준으로 최고의 인플루엔자 환자 수를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통 질병관리청에서 4~5월 정도에 인플루엔자 유행 종식을 선언하는데 지난해는 종식 선언 없이 유행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고 연말연시 인파가 몰리면서 그 여파로 다시 한번 인플루엔자의 파고를 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가 '독감'으로 부르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침입해 생기는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인플루엔자는 감기와 혼동하기 쉽지만 엄연히 서로 다른 질환이다. 유 교수는 "감기가 독해지면 감기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감기 환자는 열이 38도를 넘기기 어렵지만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38.3도 이상의 고열을 앓는다. 감기는 합병증이 거의 없고 대증요법으로도 회복하는 반면 인플루엔자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여러 호흡기 합병증을 유발한다.
유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보슬비에 속옷이 젖는 것처럼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감염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50세 이상 만성질환자(당뇨병·고혈압 등) △갑상선 기능 저하자 △암 환자 △10년 이상 흡연해 만성 폐쇄성질환 위험자 등이다. 이들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에 걸렸을 때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유 교수가 강조한 '면역 병풍'은 집단면역의 작은 버전이다. 그는 "5명 중 4명만 우산을 써도 나머지 한 사람은 우산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할 수 있다"며 집단면역 이론을 설명했다. 20~40대 등 젊은 층이 백신을 맞으면 예방접종에 참여하지 않은 고위험군도 면역 효과를 볼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강조하는 이유다.
면역 병풍은 국가 차원이 아니라 내가 속한 소규모 공동체에서 타인을 보호하는 개념이다. '노출 후 예방요법'(PEP)이 이를 가능케 한다. 인플루엔자에 걸렸다면 집에 있는 가족도 감염에 노출된다. 이때 아직 병에 걸리지 않은 가족에게 미리 치료제를 먹이면 인플루엔자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 2009년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타미플루가 이렇게 사용됐다.
최근 면역 병풍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 알약 형태의 먹는 치료제 '조플루자'다. 한국로슈가 개발했으며 HK이노엔이 판매하고 있다. 조플루자는 약 20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단 한 번만 복용하면 돼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플루엔자에 걸렸다면 가족 중 한 명에게 전파할 위험이 최대 38%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플루자는 노출 후 예방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 조플루자를 복용한 시험자들은 인플루엔자에 걸린 가구원에 노출된 후에도 감염 위험이 위약군 대비 86% 낮았다.
또 조플루자는 임상시험에서 타미플루보다 인플루엔자 환자의 증상 완화 기간을 약 하루에서 하루 반나절 앞당겼다. 유 교수는 "병원에도 못 갈 정도로 아파서 누워있었을 그 하루의 차이는 누구나 기억할 것"이라며 "하루 반나절이라도 바이러스 배출을 차단할 수 있다면 다른 장기로의 바이러스 전파도 막을 수 있고, 가족에게도 바이러스 노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플루자는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생명 주기는 바이러스 침입과 방출까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기존 약이 바이러스 방출 단계에 작용하는 반면 조플루자는 그보다 앞선 세 번째 단계, 즉 바이러스 증식 단계를 차단한다. 유 교수는 "타미플루 계열 약은 세포 내에서 복제된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원리"라며 "반면 조플루자는 세포 내에서 복제되는 과정을 차단하기에 바이러스 배출도 적고 파괴되는 세포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환자가 급증해 테라미플루와 같은 주사제가 품귀현상을 빚는 상황이기에 조플루자는 더 주목받는다. 주사제는 타미플루보단 효과가 빠르지만 병원 내 인플루엔자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유 교수는 "완벽하게 보호된 의료시설이 아니라면 인플루엔자 환자가 주사 맞는 동안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환자는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조플루자를 새로운 처방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조플루자가 예방접종을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루엔자는 예방접종이 최우선이고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구성원에도 필요한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플루엔자 치료제에 대한 다양한 선택에 의료진과 국민이 현명한 고려를 해서 올해 하반기에는 지난해와 같은 유행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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