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라미란 "덕희 정말 최고다!"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4. 1. 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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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덕희 라미란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라미란이 덕희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 라미란이 숨을 불어넣은 덕희는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와 용기가 됐다.

라미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시민덕희'(연출 박영주·제작 씨제스스튜디오)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염혜란)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특히 '시민덕희'는 지난 2016년 벌어진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뒤, 직접 총책을 잡은 데 기여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라미란은 "실제 사건을 보면서 다른 배우가 안 떠오르더라. 제가 봐도 제가 해야 할 것 같았다"며 "저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뭔가 다른 예쁜 언니들을 대입해 보니까 잘 안 맞는 것 같았다"고 농담했다.

이어 "실화라는 것도 흥미로웠고, 총책을 잡았다는 것도 '진짜?'라는 마음이었다. 시나리오에선 중국에 가서 잡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페이크라고 하셨다"며 "하지만 당시엔 보이스피싱 사건이 뉴스에 나올 만큼 요즘처럼 흔한 일은 아니었다.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에 보자마자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민덕희 라미란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시민덕희'는 마냥 가볍지 않다. 코믹 요소들이 일부 가미됐으나, 다소 묵직한 내용들로 전개된다.

라미란은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고 공감하면서도, "제가 '정직한 후보' 시리즈 이외에 다른 작품을 할 땐 코미디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걸캅스' 때도 저는 정극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한 라미란은 "치타 여사도 '라미란'이라는 인물에 충실한 거지, 코미디를 한 적은 없다. 웃기려고 작정하지도 않았다"며 "'걸캅스' 때도 가벼운 사건을 다루지 않아서 굉장히 비장하게 했었다. '시민덕희'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라서 생각했다. 물론 그 안에 웃음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 있지만 가볍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이들은 '덕벤져스'다. 덕희를 필두로 그를 지지해 주는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애림(안은진)이다.

이들과 호흡 소감을 묻자 라미란은 "현장에서 잔잔할 수가 없다. 안은진이 노래를 시작하면, 장윤주가 화음을 쌓고, 어느새 어머니 합창단처럼 넷이 노래를 하고 있다. 안은진이 텐션이 가장 높고, 장윤주는 금방 지치고, 저랑 염혜란은 약간 다운돼 있다. 아이들이 오르는 걸 흐뭇하게 바라본다"며 "그래서 저희끼리 촬영할 때 너무 재밌었다. 붙어있는 장면들도 많았고, 하다 보니까 복작복작하고, 계속 얘기하고, 떠들고, 뭐가 연기인지 모르게 그냥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라미란은 "확실히 화면 속에서 '케미'가 보이더라. 얼마나 친밀했는지 화면을 뚫고 나와서 보이더라"며 "저희가 지방 촬영이 많아서 거의 숙식을 같이 하다 보니까 오히려 계속 같이 붙어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케미'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저희가 봐도 너무 친해 보이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든든한 조력자들을 등에 업은 덕희는 라미란에게 있어 그야말로 응원해주고 싶은 친구였다. 라미란은 "제가 굳이 덕희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고 하지 않아도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더라. 덕희는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지만, 누구도 내 마음처럼 나서주지 않았다"며 "근데 옆에서 숙자가 가자고 하고, 봉림이는 중국어 하고, 애림이는 택시가 있지 않냐. 그런 상황들이 있으면 '가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을 보낼 땐 정말 갈 때까지 갔었다. 절망의 끝이고, 오갈 데도 없는데 아이들을 보내야 하니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덕희 라미란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동시에 실제 사건 속 실존 인물이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도 필요했다. 이에 대해 라미란은 "촬영하는 내내 김성자 씨를 따로 뵙진 않았다. 시사회 때는 오셨더라"며 "마지막 엔딩을 보시면서 많이 위로가 됐다고 하셨다. 다행이었다. 너무 왜곡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 부분들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라미란은 "덕희에게 정말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많은 피해자분들이 창피해서, 혹은 '네가 당했다고?'라는 주위의 이야기들 때문에, 또는 본인 스스로 엄청 바보 같아서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그런 분들이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당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줘서 거름망을 촘촘하게 해 줘야 거를 수 있지 않겠냐. 보이스피싱 수법이 너무 진화돼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뭘 눌렀는데 털리고 이런 게 너무 많다.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미란은 "지금도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제 주변에도 생각보다 너무 많더라. 이런 영화를 한다고 하니까 직접 얘기해 주시기도 했다"며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니까 많은 분들이 많이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덕희는 정말 짱이다. 최고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덕희 라미란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시민덕희'를 통해 라미란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아픔부터 연대의 든든함, 통쾌한 복수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라미란은 "제가 코미디를 할 것이란 생각에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게 보이길 바란다. 그동안 다른 작품들도 많이 했지만 그 안에서 또 재미를 찾으려고 하시더라. 제가 아무리 울고불고해도 그 안에 코미디가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며 "그게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슬프다고 슬픔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게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순간에도 코미디든, 위트든, 뭔가 다른 지점이 한 스푼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라미란은 "제가 무명일 때도 그랬고, 일이 없을 때도 왠지 모르게 엄청난 자존감을 갖고 있다. 지금도 엄청 센 편"이라며 "제가 차비가 없어서 못 다닐 때도 어떻게든 살게 되더라. 돈벌이가 없을 때도 괜찮았다. 일이 없어지면 백수가 되는 거고, 나중에 정말 일이 없고, 벌어놓은 것도 다 까먹고 없으면 동사무소에 가서 쌀 타먹으면 된다.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라미란은 "전 살면서 한 번도 절망해 본 적이 없다. 제가 힘들 때도 그냥 즐겼다"며 덕희와 같은 마음 가짐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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