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뉴햄프셔에서도 트럼프 대세론 확산…헤일리 지지자들 이변 기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변 기대감 속 '현실적 한계' 목소리도
(데리·콩코드<뉴햄프셔주>=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의 두 번째 결전지인 뉴햄프셔(州)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도·무당층 표심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햄프셔주는 상대적으로 무당층이 많고, 중도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독립운동의 진원지였던 뉴햄프셔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Live Free or Die)!'이라는 구호를 주의 공식모토로 삼을 정도로 유권자들은 '구속'을 싫어한다.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선거 당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87만3000여명의 등록 유권자 가운데 민주당은 26만2000여명, 공화당은 26만7000여명, 무소속은 34만3000여명이다.
무소속 유권자가 민주당 또는 공화당 등록 유권자에 비해 약 12만명이나 많은 셈이다.
특히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는 '반개방형'으로, 각 당의 등록 유권자와 무소속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다.
공화당 프라이머리를 예로 들면 공화당 등록유권자는 물론 투표소에서 일시적으로 당적을 얻은 무소속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 등록 유권자나 무소속 중 민주당 당적을 선택한 유권자는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투표할 수 없다.
이는 무당층의 표심이 각당의 프라이머리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뉴햄프셔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는 이 같은 중도·무당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또한 민주당이 첫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함에 따라 '비공식 경선'으로 전락한 민주당 프라이머리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면서 이탈한 민주당원 등도 헤일리 전 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의 동률을 기록했던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의 여론조사(12~15일)에 따르면 무소속 유권자 중에선 51%가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24%에 그쳤다.
실제 헤일리 전 대사의 유세장 등에서 만난 지지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중도보수, 무당층이나 과거 민주당 지지자였던 유권자였다.
과거 공화당원이었지만 현재 무소속이라고 밝힌 70대의 데이비스 로빈슨은 뉴햄프셔주 콩코드의 한 커피숍에서 이날 뉴스1과 만나 "저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그는 정직하고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밝혔다.
로빈슨은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정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너무 당파적"이라며 "헤일리 전 대사의 인품과 경험은 미국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프랭클린피어스대에서 만난 50대 부부는 자신들을 '무소속 유권자'라고 소개하면서 "우리는 헤일리(전 대사)가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헤일리 전 대사가 더 온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브라이언 놀란은 "저는 민주당원이지만, 헤일리 전 대사에게 투표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며 "그는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며, 트럼프와 달리 극단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외교관 출신의 20대 여성 커스틴은 "헤일리 전 대사는 상당히 강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정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뉴햄프셔 데리의 길버트 후드 중학교에서 열린 헤일리 전 대사의 유세에 함께 온 남자친구는 자신을 무당층이라고 소개한 뒤 "저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지만, 만약 공화당 경선에서 진다면 제3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메리칸리서치 그룹의 조사처럼 무당층이나 이탈한 민주당원 중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한 유권자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날(20일) 맨체스터 유세 현장에서 만난 40대의 여성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면서 "저는 원래 민주당원이었지만, 이번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가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 CNN 방송과 뉴햄프셔대학이 지난 16∼19일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뉴햄프셔 유권자 1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2.8%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의 지지율을 얻어 헤일리 전 대사(39%)를 11%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격 사퇴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6%였다.
지난 1월 초 실시된 같은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는 각각 39%, 32%를 얻은 바 있다.
지난 조사 이후 반트럼프 성향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와 친트럼프 인사인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 후보들이 사퇴한 영향으로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올랐지만 그 상승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도 뉴햄프셔에서의 이변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놀란은 "저는 현실주의자"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 및 무당층의 표심은 향후 본선에서도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고 있는 비(非)트럼프 성향 공화당원의 이탈 조짐도 엿보였다.
맨체스터의 한 호텔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자신이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라고 소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선 후보가 될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11월까지 생각해 볼 것이다. 어떤 결론도 성급히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햄프셔 유권자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첫 프라이머리'라는 뉴햄프셔의 전통을 무시한 데 대한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아이오와에서 첫 코커스를, 뉴햄프셔에서 첫 프라이머리를 치러왔다. 하지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유권자의 90% 이상이 백인이라 인종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첫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민주당 전국위가 받아들여 결정됐다.
공화당원인 커스틴은 "그것은 말도 안 되고(ridiculous), 미친(crazy) 짓"이라며 "그가 투표용지에 있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밝힌 과거 민주당원 40대 여성도 "민주당과 바이든(대통령)이 경선지를 바꾼 결정은 비겁했고, 뉴햄프셔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원들도 아쉬움을 표했다. 놀란은 "저는 평생 뉴햄프셔 주민이고 첫 번째 프라이머리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면서도 첫 경선지 변경은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경선에 나선 작가 매리언 윌리엄슨 후보의 지지자라고 밝힌 엘리자베스 트루먼은 바이든 대통령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후보등록조차 하지 않았다며 "만약 그가 우리의 투표용지에 있을 시간조차 가질 수 없다면 그는 제 표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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