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 중대재해법 유예, 사실상 무산...여야 협상 중단
상시 근로자 50인(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이 무산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이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예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2년 유예안에 대한 여야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립과 산업재해 예방 예산을 1조2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릴 것을 조건으로 제시한 뒤로 여야 간 추가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법안 논의를 위해 예정된 일정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제정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고, 중소·영세사업장 등에 대한 법 적용은 오는 27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안은 정부·여당과 재계, 야당과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정부·여당은 중소·영세사업장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 기간 연장을 촉구해 왔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년 재유예안을 대표로 발의했고, 당정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민주당은 중소·영세사업장의 준비 부족은 정부가 지난 2년의 유예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당정이 발표한 대책 역시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추가로 유예를 해야 할 뚜렷한 이유나 근거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계와 정의당 등은 노동자 목숨이 거래 대상이 아니라며 예정대로 법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야는 22일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민주당이 제시한 선결조건을 수용하며 중대재해법 협상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의 조건을 또다시 추가하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중소 영세기업들은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경기침체 등 피할 수 없는 요인으로 준비가 부족함을 호소했고,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실상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 시행 연기를 요구해왔다"며 "민주당은 현장의 중소기업 근로자, 종사자들이 외치는 절규가 들리지 않나. 법안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의 법적용 준비 기간 동안 중소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안전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했다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즉시 적용하고 정부는 보다 실효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영세 중소기업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50인 미만 기업 1053곳의 중대재해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법 적용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 중 87%는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남은 기간 내에 의무준수 완료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로 구성된 경제 6단체는 지난 9일 공동 성명을 내고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며 "소규모 사업장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법 시행 전까지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통과시켜 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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