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계약했다" 그런데 선발 완전히 잊었다...FA 미아 위기 투수는 어떻게 27억 혜자 클로저 됐나
[OSEN=조형래 기자] “전 선발 투수로 계약하고 왔다.”
이용찬(35)은 지난 2021시즌 도중 NC 다이노스와 3+1년 최대 27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두산 소속이던 2020시즌, 5경기만 던지고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당시 이용찬은 이미 FA 자격 요건을 충족한 상태였고 재활을 하는 과정에서 FA 자격을 얻었고 협상 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이용찬은 선발과 불펜에서 최고점을 찍어본 선수였다. 2020년까지 342경기(102선발) 53승50패 4홀드 90세이브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2009년 세이브왕(26개)을 차지하는 등 20세이브 이상 시즌을 3차례나 기록했다. 선발 투수로도 2018년 15승을 거두며 다승 2위에 오른 바 있다.
선발과 불펜 모두 효용성이 높은 선수였지만 수술에서 이제 막 회복하는 선수를 향한 물음표는 당연했다. FA 미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시즌 개막 때까지 팀을 구하지 못했고 독립리그에서 몸을 만들며 쇼케이스까지 펼치는 등 건강함을 증명하려고 했다.
결국 2021시즌 선발과 불펜 모두 불안했던 NC가 이용찬을 품었다. 3+1년 최대 27억 원 계약이었다. 보장액 14억(계약금 5억원, 연봉 총액 9억원), 인센티브가 13억원이었다. 인센티브 조건을 달성하면 2024년 계약이 실행되는 조건이었다. 27억 중 보장액의 비중은 52%에 불과했다. NC로서는 위험 부담을 덜었고 이용찬도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계약 4년차에 접어드는 현재, 27억 계약은 NC와 이용찬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결과적으로 27억 계약은 가성비 넘치는 ‘혜자 계약’이었다.
NC는 이용찬을 영입 하면서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할 여지를 뒀지만 결국 뒷문을 맡기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용찬도 주어진 보직을 받아들이면서 NC의 클로저로 거듭났다. 결국 이용찬은 팔꿈치 수술 이후 3년 동안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158경기 8승10패 67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89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용찬의 계약 조건은 ‘선발 투수’였다. 이용찬은 “당시 선발 투수로서 계약을 맺었다”라고 귀띔했다. 13억 원의 인센티브 충족 요건도 쉬운 수준은 아니었다는 후문. 그러나 이용찬은 당시 이동욱 감독의 마무리 보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용찬은 여기서 단서를 하나 달았다. 보직을 더 이상 바꾸지 않고 싶다는 것. 그는 “선발 투수 계약을 하고 왔지만 전임 감독님께서 마무리 투수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 ‘이제 보직을 더 이상 바꾸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씀을 드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몸 상태였다. 이용찬은 이미 신인 시즌이었던 2007년 뼛조각 피로골절 수술을 받았고 그리고 2013년에는 웃자란 뼈 제거 수술, 그리고 2016년에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여기에 2020시즌 토미존 수술까지 받았다. 프로 입단 이후 4번이나 팔꿈치에 칼을 댔다. 선발과 불펜을 자주 오가며 가치를 높였지만 후유증이 생겼고 몸까지 챙기지는 못했다. 결국 이용찬 보직 이동은 더 이상 안된다고 스스로 못을 박았다.
그는 “보직을 너무 많이 바꾸다 보니까 팔에 무리가 온 것 같다. 하나의 보직을 길게 했으면 수술도 많이 안 했을 것 같았다. 몸에 많은 데미지가 쌓이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라면서 “선발을 하면 선발을 할 것이가 마무리를 하면 마무리를 하겠다. 대신 어느 보직이든 쭉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강조했다. 선발 투수 계약을 했음에도 선발 투수 생각은 이제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또 4번이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도 지난해 통산 5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그는 “500경기 이런 기록은 정말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선발을 안했으면 더 빨리 했을 것 같았는데 선발 투수를 하면서 이제서야 달성한 것 같다. 수술과 재활을 많이 했지만 500경기까지 달성한 것이 스스로 뿌듯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용찬은 정규시즌 막판 흔들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로 시즌을 빠르게 준비한 여파가 있었다. 60경기 4승4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4.13의 성적을 남겼다. 이적 이후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은 시즌이었다. 시즌 초반 흔들렸고 또 의도치 않은 구설에 휘말리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안정을 찾았지만 10월 들어서 무너졌다. 10월 평균자책점 12.00에 피OPS는 .913에 달했다. 이는 이후 포스트시즌까지 영향을 미쳤고 불안함 속에서 시즌을 마무리 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시즌 막판에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 또 WBC 때문에 시즌 준비를 빨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라면서 “정규시즌 막판부터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류)진욱이와 (김)영규와 함께 3명이서 7,8,9회를 나눠 던져야 하는데 영규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다. 계속 타이트한 경기를 2명이 나가서 막아야 하니까 어느 순간 체력과 집중력이 확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진 체력이 포스트시즌에서도 회복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좀 더 늦게 시즌을 준비하면서 ‘예비 FA’ 시즌을 맞이하려고 한다. 체력을 완전히 충전하고 또 정신무장도 단단히 하려고 한다. 그는 “제가 가장 마지막에 나가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으로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불안했던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라면서 “세이브 숫자는 신경쓰지 않는다 세이브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세이브 성공률을 더 높이고 싶다. 40개를 했어도 50번 기회에서 40개를 한 것이랑 19번을 해도 20번 나가서 한 것이랑 성공률은 다르지 않나. 그렇게 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27억 혜자 계약의 막바지를 향해 가는 ‘예비 FA’ 이용찬이다. 이용찬은 다시 한 번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다시 한 번 FA 대박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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