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본만화 거장 후지사와 토오루 “‘경성크리처’ 인상깊게 봤다”

이선명 기자 2024. 1. 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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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가 후지사와 토오루가 17일 서울 서교동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1990년대를 청춘을 달랬던 일본 만화는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그리고 ‘상남2인조’(원제 쇼난순애조!·湘南純愛組!)가 있다. ‘상남2인조’는 ‘GTO’(Great Teacher Onizuka)로 이어지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상남2인조’·‘GTO’ 등을 작화한 일본의 출판 만화계의 거장 후지사와 토오루(藤沢 とおる)가 한국의 웹툰 작가를 만나기 위해 서울 홍대를 찾았다.

웹툰 작가와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크리에이터)들이 만나는 ‘창작절’ 행사가 지난 17일 약 200여 명의 웹툰 작가와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총 500여 명이 참석해 진행됐고 후지사와 토오루가 직접 만남 장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직장인 웹툰으로 인기를 얻은 양경수 작가(그림왕양치기)와 신족재판‘의 Nicky작가가 주최했고(락킨코리아 주관) 후지사와 토오루와도 대담했다.

후지사와 토오루는 무엇보다 한국의 웹툰 작가들의 작업 방식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는 “일본 만화 시장은 아직 페이지를 넘기는 출판물이 익숙하다”며 “반면 웹툰은 세로 형식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보는데 이는 형식과 연출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웹툰 작가들이)어떤 형태로 작업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무엇보다 후지사와 토오루는 웹툰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작업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 보였다. ‘웹툰 만화물이 아무래도 출판 만화보다 휘발성이 강하지 않느냐’는 양경수 작가의 질문에 “기존의 웹툰 방식에 영상을 추가로 더한다든지, 좀 더 다른 연출로 페이지 안에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든지,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도 연구 중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흡이 빠른 웹툰 작가들에 대한 조언으로 “캐릭터를 세게 만들고, 임팩트 또한 크게 가져야 한다”며 “물론 이미 여러분들(한국의 웹툰 작가)이 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일본 만화가 후지사와 토오루가 17일 서울 서교동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웹툰은 주 1~2회 연재를 전재로 한다. 연재에 대한 고충은 과거 주간지에 연재물을 실어야 했던 후지사와 토오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 또한 매주 그림을 그려야 했다. 잠을 자지도 못했고 버텨야 했다. 그만큼 힘들었다”며 “나 나름대로 술을 마시고 휴식을 취하고 충전하며 버텼다”고 했다.

무엇보다 후지사와 토오루는 “만화가(웹툰 작가)가 되려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겨울 것이다. 하지만 몰입할 때 몰입해야 하고 평소에도 몸과 정신을 충전해야 한다”고 했다.

‘상남2인조’는 1991년 3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연재됐고 후속작인 ‘GTO’는 1997년 5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이어졌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긴 호흡으로 스토리를 끌고 온 비법은 후지사와 토오루의 일상 속에 있었다.

후지사와 토오루는 “스토리를 작성할 때 참고한 것은 학창시절의 실제 경험이 많았다. 술을 마시면서 친구들의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취재의 한 방법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물론 실제 나의 학창시절이 만화 속처럼 스펙타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양경수 작가도 ‘상남2인조’와 ‘GTO’를 보고 자라온 세대다. 그는 “만화 속 주인공이자 선생인 오니즈카 에이키치 같은 선생을 바라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후지사와 토오루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도 교권에 대한 문제가 많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선생도 있다. 교사는 때려서도 안 되고 맞아서도 안 된다”며 “최근에는 교육 문화가 바뀌었고, 조금 더 진지한 선생 캐릭터를 상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상남2인조’ ‘GTO’ 모두 작품의 테마는 ‘청춘’이다. ‘상남2인조’는 거친 작품이고 ‘GTO’는 좀 더 학교를 테마로 한 작품이다. 한국 팬들도 이걸 그대로 즐겨 주셨으면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의 인기는 일본 현지에서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드라마화된 ‘GTO’는 후지TV 개국 65주년 드라마로 탄생해 올해 방영될 예정이다. 후지사와 토오루는 “30년 후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으로 예습을 꼭 하고 보셨으면 한다”며 “이전에 출연한 여러 배우가 다른 모습으로 재출연한다”고 했다.

일본 만화가 후지사와 토오루(왼쪽)과 양경수 작가가 17일 서울 서교동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가장 좋아하는 술은 하이볼, 물론 소주도 즐겨마신다는 후지사와 토오루가 최근 인상 깊게 본 한국 드라마는 박서준·한소희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였다. 해당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자행된 731부대 실험으로 탄생한 괴물과의 사투를 그린다. 후지사와 토오루는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까란 생각을 하며 드라마를 봤다”고 했다.

그 마음 인상 깊게 본 드라마는 KBS2 ‘사랑의 불시착’이었다. 후지사와 토오루는 “북한을 묘사한 것을 흥미롭게 봤다”고 했다.

다시 한번 한국의 창작자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강조한 후지사와 토오루는 “한국을 좋아한다. 꼭 다시 올 테니 제 여러 작품을 즐겨주셨으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진 창작절 행사에서도 후지사와 토오루는 한국의 웹툰 작가들을 만나 내내 진지한 대화와 조언을 이어갔다. 웹툰을 향한 끊이질 않은 관심과 후배 작가들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양경수 작가는 “이번 창작절에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로 지속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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