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토론 불참한 윤 대통령…당정 갈등 고조에 정치력 시험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표면화된 게 계기가 됐습니다.
그동안 검찰총장 사퇴 후 대선 승리, 집권 후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김기현 대표 당선, 최측근인 한동훈 비대위 체제 구축까지 윤 대통령의 관여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치 가도는 탄탄하게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이 직면했던 어떤 정치적 사안보다 무거울 전망입니다.
불과 80일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의 결과와 그에 따른 국정 운영의 방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개연성이 짙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오늘(22일) 오전 예정됐던 5번째 민생토론회 일정에 돌연 불참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새로운 방식으로 업무 보고를 겸한 국민과의 토론회에 지금까지 빠짐없이 참가해 진행까지 하며 애착을 보였던 만큼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졌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을 불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한 위원장이 오늘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전달받았다는 점을 확인하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당·대통령실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비화할지, 봉합 국면으로 수그러들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단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정 갈등이 더 첨예화할 경우 '적전 분열'로 공멸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여권 관계자는 언론 통화에서 "이번 경우는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 무조건 봉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니면 여권 전체가 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일단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재확인한 데 대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기로 했다"며 "이제 차분하게 수습해야 할 단계"라고 내부 기류를 전달했습니다.
21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해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낸 데서 물러난 것입니다.
더욱이 당대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 윤 대통령이 '1호 당원'으로서 당무를 넘어 총선에 개입한다는 의구심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신년 기자회견이나 언론사 인터뷰 등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밝히며 사태를 봉합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인 김 여사 문제가 일단락되지 않을 경우 당대 간 긴장이 언제든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김 여사를 프랑스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하며 대통령실 입장 표명을 요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불만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이야기한 것은 정말 선을 넘었다"며 "(김 여사 문제를) 물밑에서 조율할 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언급한 것은 자기네 중심으로 판을 깔아보려는 시도 아니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비호하는 게 아니라면 분열을 유도하는 잘못된 언행에 대해선 분명한 제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하며 전략공천 하겠다는 인상을 내비쳐 양측 간 골이 깊어졌습니다.
김 비대위원 문제가 향후 확전 여부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윤 대통령과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은 21일 저녁 한남동 관저에서 회동하며 사태 수습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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