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영원해" 이상화X고다이라 6년전 평창,그날처럼 따뜻한 포옹

전영지 2024. 1. 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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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 선수들 파이팅!"

6년 전 세계가 주목한 한일 우정의 성지,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강릉오발)에서 아름답게 재회한 '대한민국 빙속여제' 이상화(34)와 '평창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 나오(37)의 메시지는 꿈나무 올림피언들을 위한 응원이었다.

이상화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강원2024) 공동위원장과 고다이라는 22일 오전 강원2024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시작된 강릉오발에서 만났다. 6년 전 치열하게 맞붙었던 자신들의 종목 500m에서 미래의 올림피언을 꿈꾸는 10대들의 불꽃 레이스를 함께 응원했다.

2018년 2월 18일 평창올림픽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 2010년 밴쿠버-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 '철녀' 이상화가 37초33로 은메달과 함께 올림픽 3연속 메달 위업을 썼다. '일본 에이스' 고다이라가 36초94의 올림픽 기록으로 일본 여자선수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쟁같은 레이스, 메달색보다 화제가 된 건 경기 직후 한일 대표 올림피언이 보여준 뜨거운 우정이었다. 모든 부담감을 내려놓고 눈물을 쏟는 이상화를 향해 고다이라가 다가가 한국어로 위로와 존경의 말을 전하며 어깨를 감쌌다. "상화, 잘했어. 널 존경(respect)해." 태극기, 일장기를 나란히 멘 채 링크를 도는 장면은 찡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장면을 "올림픽 정신의 전형"이라며 홈페이지에 대서특필했다.

강원2024 개막을 앞두고 고다이라가 지난 17일 방한했다. IOC가 청소년 선수들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선정한 국내외 '롤모델 선수(Athlete Role Models·ARMs)' 27명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18~19일 강원2024 선수촌에서 전세계 청소년 후배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개회식에 참석한 후 20~21일 스피드스케이팅 오픈 트레이닝에 멘토로 참가했다.

고향 나가노 병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틈틈이 전국 강연과 대학강의를 병행하고 있다는 고다이라는 21일 6년 만에 다시 찾은 강릉오발에서 벅찬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저기가 스타트라인이었다"고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와서 경기장을 둘러봤는데 가슴이 뛰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설��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서 6년만에 재회한 이상화-고다이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평창올림픽 경기장서 6년만에 재회한 이상화-고다이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2일 오전 강릉오발에서 이상화 위원장과 고다이라가 재회했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 다시 섰다. 평창올림픽 이후 일본 NHK 기획 프로그램에도 함께 출연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선 선수와 해설위원으로 재회하며 우정을 계속 이어왔지만 강릉에서의 만남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상화 위원장은 전날 "강릉오발에서 고다이라를 다시 만나면 눈물이 날 것같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고다이라는 "나도 눈물이 날 것같지만 꾹 참고 꼭 안아주고 싶다"고 했었다.

마침내 성사된 강릉오발 재회, 고다이라가 이상화를 향해 양팔을 활짝 벌렸다. 두 선수는 따뜻하게 서로를 꼭 껴안았다. "우리가 평창올림픽 때 함께 섰던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기분이 이상하고 새롭다. 마치 선수로 돌아간 것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고다이라 역시 "평창올림픽 이후 우리가 만나서 경기를 할 기회는 없었지만 같이 다시 이 자리에 선 게 마치 경기하는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2024에 참가한 청소년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우리 둘이 함께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취재진 질문 답하는 이상화-고다이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뭉초와 기념촬영하는 이상화-고다이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일 올림픽 레전드'는 강원2024에 참가하는 후배 선수들을 향해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이 위원장은 "강원2024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 시니어올림픽에서도 당당하게, 세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 시절에 청소년올림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다. 이런 기회가 우리 청소년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다이라도 "우리 어렸을 땐 이런 대회가 없었지만, 이렇게 상화와 함께 어린 선수들을 응원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강원2024에 참가한 후배들을 향한 한국어 응원을 부탁하자,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머리를 맞대고 '작전회의'를 하더니 이구동성,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선수들, 파이팅!" 국적, 성별, 인종 모든 것을 떠나 '우리' 선수들이었다.

고다이라에게 축하 받는 정희단<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희단 '기쁨의 은메달'<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고다이라에게 축하 받은 정희단<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희단 '시상대에 올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편 이날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관전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선 '16세 유망주' 정희단(서울 선사고)이 39초64의 기록으로 '네덜란드 에이스' 앙엘 딜레만(39초28)에 이어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의 와카 사사부치가 동메달. 한일 레전드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래의 이상화'와 '미래의 고다이라'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이 종목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가 정희단에게 강원2024 마스코트 '뭉초' 인형을 건네며 따뜻한 축하와 격려를 전했다. 정희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희단은 "많은 관중의 응원 속에 경기를 치른 건 처음이라 큰 힘이 됐다"면서 "2018년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경기장에서, 특히 이상화(현 강원 2024 공동조직위원장) 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뛰어서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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