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총선 앞 '당정 충돌' 혼돈…"한동훈 자기 정치" "윤심 안 통해"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거취 문제를 두고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한채 혼돈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총선까지 8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당내에서는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불안감과 당혹감이 새어 나옵니다.
한 위원장 취임 이후 '인적 쇄신' 바람 속에 한동안 몸을 낮췄던 친윤(친윤석열)계는 '김건희 여사 사과 불가론', '김경율 사천 논란' 등을 고리로 한 위원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이 21일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김 여사 사과 문제와 관련한 글을 올려 한 위원장을 직격한 게 단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을 본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쓰고 있다고도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 친윤계 다선 의원은 오늘(22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내어준 비대위원장 자리를 이용해서 자신이 대권 주자로 확실하게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임기 3년 남은 대통령을 상대로 힘 싸움을 해보자는 것인가"라며 한 위원장의 '마이웨이' 행보를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친윤계의 이런 거친 반응의 이면에는 취임 일성부터 '주류 희생'을 강조해온 한 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할 경우 낙천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들의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일각에서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 한 위원장의 사퇴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 친윤계 의원은 "극한의 상황에서 당이 선택해야 한다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임시직인 비대위원장 사이 결과는 자명한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두 차례 '연판장 사태' 때와는 다르게 친윤계의 '군불 때기'에 현역 의원들로부터 일사불란한 호응이 없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의원들의 단체대화방도 21일 밤부터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고, 공개 발언도 자중하는 모습입니다.
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현안으로 회동을 소집했다가 이목이 쏠리자 자진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한 위원장 거취에 대한 직접 언급은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신평 변호사),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 대표도 퇴출된다"(홍준표 대구시장) 등 일부 원외의 목소리가 전부입니다.
비주류 일각에선 오히려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유경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 서울시당 공천 때) 모 인사들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공천을 하지 않을 것이면 내쫓겠다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며 "당선인의 뜻이라고 팔았지만 모두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인간들의 거짓이었다"고 썼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오늘 채널A에 출연해 "한 위원장 사퇴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와 손잡고 국민 앞에 나아가 '국민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를 했는데 가장 큰 책임이 남편인 저에게 있다'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면 어떨까 생각한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이번에도 그저 '윤심'만 쫓아 주겠거니 기대하는 모양인데, 총선 공천 국면에서 손익계산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내 전반적 여론은 어떻게든 양측이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절충점을 찾아가며 갈등을 봉합하라는 목소리입니다.
한 비영남권 중진 의원은 오늘 통화에서 "왜 이런 소모적 감정싸움에 당이 희생돼야 하나. 수도권 선거는 포기하는 건가"라며 "당정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감정적 대립을 해소하지 않은 채 양측이 '마이웨이'를 계속한다면 선거 승리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초선 의원도 "김건희 여사 상황은 대통령실이 당사자이고 그와 맞물려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이지만, 총선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이 정부도 실패한 정부가 되는 것"이라며 "이 시점에 양쪽이 접점을 찾지 않으면 결국 자멸인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선거 목전에 지도부 붕괴 등 극한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입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오늘 SBS 라디오에 나와 당정 갈등 조짐으로 해석되는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소통 과정의 오해라고 할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일들이 아닐까"라며 "두 분(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 해결할 수도 있지 않나하는 기대를 또 해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