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1.5시간 노동’ 길 열리나···노동부 연장근로 행정해석 변경

조해람 기자 2024. 1. 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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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장근로 일→주 단위로 계산’ 판결에
노동부 “기존 근로시간제도 경직성 해소 기대”
현재 조사 중 사건에도 적용···현장 영향 클 듯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1월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연장근로시간 판단 기준을 ‘하루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이 아니라 ‘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으로 보도록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같은 내용의 연장근로시간 관련 판결이 나온 데 따른 조처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해온 정부는 “기존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할 계기”라며 기대를 보였다. 정부가 이번 행정해석을 현재 조사·감독 중인 사건들에도 곧바로 적용하기로 한 만큼 노동 현장에는 큰 파문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이 같은 내용으로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노동부는 현장 노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행정해석을 변경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7일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에는 1일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연장근로시간으로 보고, 이 초과시간의 합이 주 최대 연장근로시간인 12시간(주 최대 52시간제)을 넘는지를 따져 왔다. 노동부의 행정해석도 이에 맞춰져 있었다.

대법원이 주 52시간 준수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 1일 8시간 초과분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주간 근무 시간을 모두 더해 초과분을 계산하는게 맞다고 판결한 가운데 지난해 12월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게시된 일자리 정보지에 근무시간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법원판결대로라면 하루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통제 없이 집중 과로가 가능해지는 터라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주에 3일 출근해 하루 17시간씩(주 51시간) 일한 직장인 A씨는 기존 해석대로라면 매일 하루 치 법정근로시간 8시간에 더해 9시간씩 연장근로를 해 온 것으로 계산됐다. 이 경우 A씨의 주 연장근로시간은 27시간으로 법정 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한 것이 됐다.

대법원의 새 판결은 A씨의 연장근로시간은 1주치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넘은 11시간으로 주 상한(12시간)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론적’으로는 이틀 동안 법정휴게시간(4시간당 30분)을 빼고 하루 21.5시간 노동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대법원판결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인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유연화’와 비슷한 결을 담은 판결이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번 판결로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다고 반발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 같은 판결이 나온 이유는 법에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한도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며 “상식적인 정부라면 판결이 나왔을 때 연장근로시간 상한 단축과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 등 논의를 시작했을 것인데, (행정해석 변경은) 어떻게 공짜 노동을 더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재계를 위한 선물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박 노무사는 “지금 해야 할 것은 연장근로 상한을 주 8시간으로 단축하고, 1일 연장근로 상한을 설정해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하며, 공짜 야근의 주범인 포괄임금계약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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