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석유제품 혼합제조 수출길 열려… 연간 495억원 매출 증가 기대

산업부·관세청 등 제도 개선
부과금·세금 환급 혜택 부여

2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29원으로 표시돼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74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도 이번 주에는 상승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앞으로 종합 보세구역인 ‘오일탱크’에서 국산 석유제품을 ‘혼합 제조(블렌딩)’하는 것도 수출로 간주돼 각종 부과금·세금의 환급·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연간 495억 원의 업계 매출 증가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은 제도개선 협력을 통해 석유수입부과금·관세 관련 고시를 개정해 이 같은 내용을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블렌딩은 서로 다른 석유 제품을 섞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저유황 경유와 고유황 경유 등을 혼합해 각국의 환경기준에 맞는 경유를 만들고, 국제 시세에 따라 최종 수요국에 판매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을 블렌딩 목적으로 수출하기가 어려웠다. 블렌딩한 석유제품을 수출하면 원유 수입 때 납부한 석유수입부과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부가가치세 환급도 지연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석유제품을 구입·보관·블렌딩하는 일을 하는 국제 석유 중계업자들은 국내 정유사에서 구매한 국산 석유제품을 해외로 운송해 블렌딩하고 국내 오일탱크에서는 일본·중국 등에서 반입한 외국산 석유제품만 블렌딩할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종합 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을 블렌딩한 후 수출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정유사가 석유수입부과금과 부가가치세를 바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했다. 블렌딩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블렌딩되던 물량을 국내로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오일탱크 임대료 상승, 물품취급료·보관료 증가로 애를 먹던 오일탱크 업계에는 연간 495억 원의 매출 향상이 예상된다. 특히 국제 석유거래 활성화에 따른 석유제품 운반선의 입출항 증가로 선박 입출항 도선, 선박 연료 공급(벙커링) 등 관련 항만산업의 부가가치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 석유거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