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프레임에 말려” vs “이대론 총선 참패”… 김건희 의혹 사과 놓고 충돌

■ 친윤·수도권 의원들 갈등
친윤 “몰카 공작에 당할 우려”
수도권 의원 “의혹 해소 필요”
당내 TK 의원들은 셈법 복잡
긴급회의 소집했다가 취소도

당정 갈등 도화선이 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관련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과 수도권 의원 사이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 친윤계는 ‘몰카 공작’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순간 야당 프레임에 말려든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은 의혹 해소 없이는 선거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제기된다. 당내 TK(대구·경북) 의원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가 취소하는 등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22일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문화일보에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바로 받은 것도 아니고, 이 사실을 신고해 국고로 귀속된 상황”이라며 “유튜브에 한 번 나왔다고 일일이 대응하면 마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오히려 몰카 공작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하면 명품백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야당 프레임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명품백 의혹에 대한 입장 변화에 대해서도 “당에서 정확한 팩트를 알려줘서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줘야 하는데 마치 의혹에 같이 동조하는 듯한 스탠스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명품백 논란 자체는 몰카 공작이고 불법 기획인 게 분명해 보이는 건 맞지만, 정치라는 게 반드시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 눈높이란 게 있는 것”이라며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당내 이견이나 한 비대위원장에 대해 불쾌감을 표명한 것 자체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경율 비대위원은 당내에서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이후 당 일각에서는 명품백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이나 김 여사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도 “국민들께서 걱정할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에 (특별감찰관, 제2부속실 등) 제도적인 변화가 어떤 수준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등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TK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한 상황이다. 최근 공천관리위원회가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 출마 시 경선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하면서, 불만이 잠재돼 있지만 섣불리 어느 한쪽 입장에 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은 전날 당내 경북 의원들에게 “최근의 정국상황과 관련해서 의원님들의 고견을 듣고자 부득이 긴급회의를 소집하오니 꼭 참석해 주시기를 앙청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두고 용산 눈치를 보는 TK 의원들이 한 위원장을 향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송 의원은 이날 오전 모임을 취소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분이 오해할 것 같아 취소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보름·염유섭·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