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천도사’에 우는 필수의료[뉴스와 시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의료계에는 '무천(無千)도사'로 불리는 의사들이 있다.
하지만 미용시술은 의료법상 의사만 할 수 있다.
정책적 차단벽 없이 의사 수만 늘린다면 미용 의료 쏠림 현상 등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의사만 미용시술을 할 수 있는 의료법도 낡은 틀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는 ‘무천(無千)도사’로 불리는 의사들이 있다. 주로 피부 미용을 시술하는데 진료 경력이 없어도 세후 월 1000만 원 이상을 받아 이런 별칭이 붙었다. 이들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GP)다. 의대 졸업 후 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아 내과, 안과와 같은 전문과목도 없다. 의사 면허 한 장만 들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수록 보수는 치솟지만 당직도, 응급 상황도 없다.
이들이 등장한 배경은 의료상업화다. 국민소득이 높아지자 미용 의료 수요는 폭증했다. 치료 목적이 아니기에 정부 규제는 받지 않는다. 돈을 쉽게 벌려는 세태도 맞물렸다. 제모와 보톡스 등 간단한 시술부터 시작할 수 있는 만큼 진입장벽은 낮다. 하지만 미용시술은 의료법상 의사만 할 수 있다. ‘공장형’ 병원들은 밀려드는 환자들을 시술하는 데 일반의를 앞세우고 있다.
무천도사가 흔한 개원가 풍경은 씁쓸하다. 이들이 도맡는 미용시술은 부르는 게 값이다. 비급여 항목인 탓이다. 무좀, 건선 등 흔한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는 드물다. 다쳐도 갈 수 있는 병원은 찾기 힘들다. 이미 의사들은 돈 되는 환자만 골라 받고 있다. 개원가엔 ‘치료’보다 ‘비즈니스’하는 의사가 넘쳐난다.
병폐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의대생-전공의-전문의로 이어지던 의사양성체계는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는 의대 졸업생 비율은 5%가 채 안 됐다. 최근 일반의는 전체 의대 졸업생의 약 15%로 추산된다. 이는 대학병원에서 4∼5년간 수련하지 않아도 수억 원대 연봉을 버는 일자리가 넘쳐나서다. 쉬운 길이 있다 보니 굳이 어려운 길로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상체계는 망가졌다. 일반의는 고난도와 고위험을 감수하는 필수의료 의사보다 두 배 이상 번다. 고된 수련을 거친 전문의와도 진료비 격차는 없다. 필수의료 의사들이 짙은 열패감을 느끼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의료 안정성도 깨지고 있다. 일반의는 이론만 배운 채 국가고시를 통과하자마자 의료 현장에 나온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도 “일반의들이 환자를 상대로 임상 수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임상 수련을 받다 보면 치료행위에 대한 두려움, 윤리의식 등을 배우게 된다”며 “수련은 의사로서 최소한 양심이자 환자에 대한 기본 예우”라고 말했다. 단지 개인 선택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의대 증원을 앞둔 요즘이다. 정책적 차단벽 없이 의사 수만 늘린다면 미용 의료 쏠림 현상 등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사에게 사명감만 강요하기보단 책무를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국시만 통과하면 독립적 진료권을 받는 의사면허제도는 일반의를 양산한 맹점을 보였다. 미국과 일본처럼 1∼2년간 임상 수련을 의무화하는 것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의사만 미용시술을 할 수 있는 의료법도 낡은 틀이다. 국가가 면허를 부여한 건 국민 건강권을 위한 것이지 의사의 ‘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게 아니다. 필수의료 등 인력 배분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 의사가 ‘의사다운’ 진료를 할 수 있는 정책 기제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의료계 새 판을 짜야 할 때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풍 속 200개 점포 태워버린 서천시장 화재…尹 “인력·장비 총동원해 진압” 지시
- 女아나운서 “혼전임신 책임지겠다던 남친, 낙태 권유” 충격 고백
- “한동훈 만나 ‘사퇴 요구’ 전한 사람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 “니들 불륜이니” 남편은 거실에, 모르는 여자는 장롱속에…
- 조세호, 절세미녀와 결혼한다… “9세 연하 회사원과 열애 중”
- 데이팅앱서 만난 남미 미녀 보려다…절벽서 주검으로 발견
- ‘영화인가’ 바나나농장 아래 지하창고서 1천억원 넘는 마약이…에콰도르 경찰 적발
- 최강희, 연예인 집 청소 아르바이트… 집주인 누구?
- 日 미인대회 우승자가…“알맹이는 일본인 그 자체”
- “벌 받고 떳떳하고 싶다”는 전청조에…재판부 “피해자에 두 번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