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건국 전쟁’[오후여담]

2024. 1. 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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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조지 오웰의 명언은 과거사에 대한 해석과 현재·미래 권력의 연관성을 대구 스타일로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 제작 때 북한에서 '이승만 괴뢰 도당을 타도하자'는 구호를 1990년대까지 내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비로소 이승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승만을 지워야 김일성을 내세울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계산에서도 오웰식 인식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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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조지 오웰의 명언은 과거사에 대한 해석과 현재·미래 권력의 연관성을 대구 스타일로 보여준다.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이 문장은 이 작품이 소련을 비판하기 위해 쓰인 소설이었음을 고려할 때 전체주의 정권의 조직적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오웰이 소설에서 묘사한 디스토피아는 소련뿐 아니라 중국과 북한에서도 현실화했다. 과거사에 대한 당의 기술은 신성불가침한 공식 입장으로 미래 세대에 교육됐다.

한국사에서 이승만은 망각되고 폄훼된 지도자다. 진보 쪽에선 ‘3·15 부정선거를 주도한 독재자’로, 북한에선 ‘괴뢰’로 불렸다. 일각에선 이승만이 6·25 때 망명을 시도한 것처럼 꾸며 ‘런(run·도망치다)+승만’이라고 조롱한다. 오웰식으로 보면, 좌파 진영과 북한이 대한민국을 뿌리부터 부정하기 위해 이승만 공적 지우기 합작을 벌이는 셈이다. 이승만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건국 전쟁’이 오는 1일 개봉된다. 동유럽으로 보내진 북한의 6·25 고아를 다룬 ‘김일성의 아이들’을 만든 김덕영(59)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 제작 때 북한에서 ‘이승만 괴뢰 도당을 타도하자’는 구호를 1990년대까지 내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비로소 이승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승만을 지워야 김일성을 내세울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계산에서도 오웰식 인식이 드러난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시사회 후 “잘 모르던 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대한민국의 건국은 이승만이라는 거인 덕분에 가능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서 미국인 참전 용사는 이승만을 “조지 워싱턴 같다”고 했다. 정부 수립 후 6·25남침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지도자라는 뜻이다. 영화 말미에 “이승만이 놓은 레일 위에서 박정희의 기관차가 달렸다”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최빈국임에도 예산 20%를 교육에 투자한 덕에 산업화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독립국 중 선진국이 된 나라는 한국뿐이다. 영화 제목은 이승만의 삶이 곧 대한민국의 건국 여정이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좌파 관점에서 벗어나 이승만을 보는 것이 국가 정체성을 세우는 길임을 김 감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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