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시험서 “어떤 장애 있나요?” 질문후 불합격 처리…대법 “부당하다”

대법 “면접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 물으면 차별”
“장애 관련 질문 정당성은 사용자가 입증해야”
장애 관련 질문이 차별이라는 점 명시한 첫 판결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면접 시험에서 업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을 하고 장애인 응시자를 불합격시킨 회사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장애인 A씨가 B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A씨는 2020년 9월 B시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에 지원해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면접 시험에서 탈락했다.

면접관들은 A씨에게 ‘장애 유형이 무엇인지’ ‘장애 등록을 했는지’ ‘잠이 많은 이유가 약을 복용하기 때문인지’ 등을 질문했고, A씨는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항목에서 ‘하’ 평정과 함께 ‘미흡’ 등급을 받고 결국 불합격했다.

A씨는 직무와 관련 없는 장애 관련 질문을 받았다며 채용 과정에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위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채용 과정에 차별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면접시험에서는 장애와 관련된 질문이 전혀 없었다”는 B시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그러나 최초 면접 결과가 추가 면접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장애인을 채용하려는 사용자가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직무와 관련이 없는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해서 장애인 응시자를 불리하게 대했다면,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직무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사용자가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고용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