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홀로그램, 일상에서 마주하다

2024. 1.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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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터치 기술 구현이 가능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ETRI 제공]

홀로그램(Hologram)이란 그리스어로 완전함 혹은 전체라는 뜻의 ‘holo’와 메시지, 정보를 의미하는 ‘gram’이 합쳐진 말이다. 두 개의 레이저광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한다. 입체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홀로그래피(Holography) 기술을 통해 나타나는 공간상에 입체 영상으로 재현해주는 결과물이다.

홀로그램에 대해 말하면 어떤 사람은 SF영화 어벤져스의 아이언맨을 떠올리고 또 다른 이들은 오래전 스타워즈에서 보여줬던 레아 공주의 영상을 상상한다. 이처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우리는 영화를 통해 실존하는 것처럼 접하고 있다.

과거엔 영화 속에서 보던 꿈만 같던 상상의 홀로그램 영상이 현실에서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상상들에 대해 언젠가는 현실에서 마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과학 기술이 발전했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벤져스의 아이언맨 또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 영상을 보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과학 기술, 즉 홀로그램의 기술과 원리를 떠올리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홀로그램이라는 것이 실제 기술 구현에 있어 그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아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홀로그램을 연구한다. 2000년도 학위 과 정을 시작하면서 처음 접하는 연구기술 분야였으나 일반 사람들과 생각하는 폭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면서도 필자는 “이게 설마 되겠어?”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후 학위 과정을 마치고 R&D 분야에서 어느덧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연구원 생활, 해외에서의 포스트 닥터 과정, 해외기업으로의 파견, 그리고 다시 연구원에 돌아와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세월 동안 많은 연구 분야에서 개발하던 기술들이 현실화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연구원에 입사해 실감소자원천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증강현실(AR) 글라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에 OLED를 접목하여 AR/VR로 현실화한 것이다. 초고난이도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개발을 통해 연구진들이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학회에서 인정받는 것을 함께 겪으며 보았다. 동료 연구자로서 자긍심과 함께 많은 자극을 받게 되었다.

홀로그램 관련 연구를 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홀로그램의 장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홀로그램은 일정한 면적 내에서 원하는 크기의 공간 홀로그램 이미지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사용자가 원하는 거리의 홀로그램 이미지 생성도 컴퓨터 계산을 통해 이뤄지고 제품 적용 및 생산을 위한 공정을 개발 또한 만들어 줄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홀로그램이라는 기술을 통해 이젠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공간 이미지·영상 제공이 가능한 홀로그램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바이러스 전파 등에 대한 우려도 줄여 주었다. 공공장소에서 접촉을 통한 감염을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적정기술로 활약한 셈이다. 최근 실생활에 적용한 세계 첫 실증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필자를 포함한 동료 연구진도 최근 공간 홀로그램 이미지로 눈에 보이는 버튼을 만드는 기술에 성공했다. 생활 공간상에서 위치 표현이 가능케 된 셈이다. 눈앞의 홀로그램 영상의 버튼을 누르면 비접촉이지만 만지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향후 이 기술은 키오스크나 차량용 디스플레이, 엘리베이터 버튼, 도로교통 표지판, 도어록 등 보안장치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공간에 이미지나 영상 생성이 가능한 홀로그램 기술을 비접촉 터치 기술과 접목하여 COVID-19와 같은 접촉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 경로를 차단해 국민 생활 안전을 확대하고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배리어프리(Barrier-free) 기술 제공을 통해 장애인,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도 사용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도 홀로그램 기술 개발로 디지털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불편함이 없도록 앞장서 차별과 편견을 허물고 있다. 연구진은 홀로그램 기술의 실증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어렵게 공부했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반신반의하며 지내던 실험실에서의 고뇌의 산물이 이제 세상에서 빛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뿐 아니라 모든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들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기술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만 상상하던 것들이 일상생활에서 이뤄져 살기 편한 세상을 열어나가길 기원한다.

김주연 ETRI 실감디스플레이실 박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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