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메이커' 우상혁 "파리에서 내 이름 석자를 남기겠다"[지령1만호 인터뷰]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제 기사 나온 건 다 챙겨봐요. 스포츠조선 지령 1만호라니, 앞으로 2만호까지 뛰어오르겠네요."
한국 육상 최고 스타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스포츠조선 지령 1만호 특집의 주인공, 그는 한국 육상의 돌연변이다. 변방이었던 육상에서 튀어나온 특급 스타다. 우상혁이 만들어낸 성과는 놀랍다. 2022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실내 세계선수권 대회 금메달을 비롯해, 2022년 도하 다이아몬드, 2023년 오리건 다이아몬드 리그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에는 세계랭킹 1위까지 등극했다. 모두 그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한국 육상 역사 최초의 일이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이 그랬던 것처럼, 우상혁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던 우상혁의 힘은 '긍정'이었다. 서구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키, 짝발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은 우상혁을 축약해 설명할 수 있는 최적의 단어다.
▶역경을 딛고 피어난 꽃
우상혁은 점퍼로는 작은 키 1m88이다. 여기에 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양발의 크기가 다르다. 왼발보다 오른발이 15㎜ 정도 더 작다. 균형감각이 중요한 점퍼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2013년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한 유망주였지만, 이런 악조건을 가진 우상혁이 '성인무대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심각한 슬럼프까지 찾아왔다. 매일 훈련을 거르고 술에 의지해 살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그렇게 우상혁은 잊혀져 갔다.
그를 다시 깨워준 이가 스승 김도균 감독이었다. 2020년을 앞두고 김 감독을 만난 우상혁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운동에 전념했다. 승부욕도 되살아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다보니 느껴지는게 있었다. 우상혁은 "어렸을 때 이기는 것만 하다가 성인무대에 오르고 맨날 지는 게 일이었다. 처음에는 멘탈이 날라갔는데, 어느 순간 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한단계씩 성장하게 됐다. 이기는 법만 알면 한번 질 때 타격이 크지 않나. 꼴찌를 해보니까 올라가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이 경험을 토대로 부족한 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도약에 성공한 우상혁은 육상 인생의 고점까지 왔다, 그는 "높이뛰기도 고점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전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 한계를 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후회없이 하는게 더 중요하다. 부담갖고 뛰어봐야 기록이 안나온다. 지금 세계 상위 랭커들의 기록은 거의 다 비슷하다. 나에게 더 몰입해서 더 높은 기록을 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스도, 징크스도 없는 '초긍정 가이'
우상혁은 '집돌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쇼맨십과 달리, 훈련이 끝나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딱히 재밌는 것도, 심심한 것도 모른다. 성격 자체가 그렇다. 우상혁은 "스트레스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원래 안 받다 보니 해소할 일도 없다. 그냥 잘 까먹는다. 뭐가 있어도 별생각 없이 '잠이나 자야지' 한다. 자고 일어나면 또 없어진다"며 웃었다. MBTI를 물었더니 "INTJ라고 하는데 운동할 때는 E인거 같다"고 했다.
루틴이나 징크스도 없다. 우상혁은 "사실 스케줄도 잘 모른다, 감독님이 전날이나 당일 알려주신다. 시합도 잘 안 알려주신다. 감독님은 선수가 예측하거나 예상하는걸 선수가 하는걸 딱히 원치 않으신다. 나는 루틴이 없다. 루틴이 하나둘 생기면, 거기에 갇히게 된다. 늘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운동 준비를 하는 정도다. 개인 스케줄도 없다보니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 20대 청년치고는 무척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우상혁은 늘 즐겁다. '높이뛰기' 때문이다, 그는 "높이뛰기가 재밌다.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뛰었을 때 성취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요즘 동경했던 선수를 이기는게 재밌다. 매해 더 재밌는 경기가 많아져서 좋다. 감독님이 매해 큰 경기가 있는 것도 복이라고 하시더라. 은퇴까지 꾸준히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같은 대회가 있으니 긴장감을 잃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상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했다. 그는 "메달도 중요하지만, 우상혁이 높이뛰기 할 때 '행복해 보였다'는 말을 듣는게 목표다. 실제로 뛸 때 행복하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우상혁은 다른 상위 랭커들과 달리, 은퇴할 때까지 소화할 수 있는 모든 대회를 뛸 계획이다. 세계 톱 랭커들은 자신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대회를 골라 뛰는 경향이 있다.
▶파리올림픽에서 이름 석자를 남기고 싶다
꿈 많은 청년, 우상혁에게 역시 최고의 무대는 올림픽이다. 세계선수권, 다이아몬드리그 등에서 차례로 메달을 수확하며 본인만의 버킷리스트를 채워가고 있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은 없다. 한국 육상 필드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이는 아직 없다. 한국 국적으로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을 딴 황영조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우상혁에게 두번의 올림픽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리우올림픽 때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우상혁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며 깜짝 스타로 도약했다. 우상혁은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가 경험이 없으면 힘들다. 리우대회에서 예선 치르면서 경기 흐름이 무엇인지 느꼈고, 도쿄대회에서는 리우 때 처럼 하지 말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더 즐기고 후회없이 뛰려고 했고, 재밌는 경기가 되다보니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도쿄대회를 토대로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큰 시합을 많이 소화했다.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이 전보다 더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벌은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 주본 해리슨(미국) 정도다. 우상혁은 "메달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잘하지 않겠나"라고 하면서도 "일단 내 기록을 후회없이 뛰어야 경쟁자를 이길 수 있다, 후회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상혁은 "감독님과 올림픽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항상 두근대고 긴장도 되고 행복하기도 하고 그렇다. 벌써 올림픽의 해가 다가 왔다니 빨리 경기를 치르고 싶다"며 "파리올림픽에서 이름 석자를 남기고 싶다. 포디움에 올라갈 수 있는 역사에 남을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우상혁 프로필
▶생년월일=1996년 4월 23일 ▶출생지=대전광역시 ▶현소속=용인시청 ▶신체조건=1m88(키)/65㎏(체중)/285㎜(발) ▶출신교=대전중리초→대전송촌중→충남고→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주요 성적=2023년 오리건 다이아몬드리그파이널 우승, 2022년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2022년 베오그라드 실내세계선수권 우승, 항저우아시안게임 준우승 ▶개인 최고 기록=2.35m(실외) 2.36m(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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