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역주민들이 세운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 위기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반성하기 위해 일본 군마현 주민들이 세운 추도비가 철거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군마현 지역당국은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는 요구에 시민단체가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신 철거한다는 방침을 최근 세웠다.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적혔다. 군마현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6000여명이 동원돼 노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이 비 앞에서 매년 추도제를 개최해 왔으나, 2012년 행사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이에 군마현 당국은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허가를 내주지 않은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 불허가 처분 취소 요구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고, 이달에는 군마현의 비석 철거 절차를 멈춰 달라는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추도비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과 재일교포들은 이달 들어 군마현과 도쿄 등지에서 잇따라 항의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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