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Law]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소송 판결 확정의 내용과 시사점
작년 12월 대법원 2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메타에 대해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과와 LG유플러스의 인터넷 트래픽의 일부 접속경로를 국내 서버에서 해외 서버 등으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의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등 장애, 불편, 지연 등이 발생하자 이런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 제한에 해당하고 이용자 이익의 저해 정도가 현저하다는 이유로 시정조치와 과징금(3억9600만 원) 납부 등을 명한 사건에 대해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을 취소한 원심결론을 수긍하고 방통위의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0두50348 판결).
이에 따라 2018년 3월21일 방통위 처분으로 시작된 접속경로 변경 분쟁은 5년 7개월 만에 끝났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령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 중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는지와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가 하는 것이다.
1심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 제한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이용은 가능하나, 인터넷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할 수는 있으나 이용은 가능했기 때문에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접속경로를 ‘우회’하도록 한 것은 이용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용 제한이란 ‘이용은 가능하지만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고심은 ‘제한’의 사전적 의미와 ‘제한’이 ‘중단’과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용의 제한’은 이용의 시기나 방법, 범위 등에 한도나 한계를 정하여 이용을 못하게 막거나 실질적으로 그에 준하는 정도로 이용을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고 봤다.
따라서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므로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콘텐츠제공자(CP, Contents Provider)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로의 과다 접속에 따른 다량의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전송, 처리하기 위해 접속경로 변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 결코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CP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영업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을 여지도 다분하다고 봤다. 결국 1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고, 2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나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이 아니라고 봤으며, 상고심은 1심의 결론을 다시 반복했다.
본건 판결로 인하여 CP의 경우에도 망품질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고 이로 인해 정부는 CP에게도 망 품질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입법을 하게 된다. 2020년 6월9일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이 신설되었는데, 위 조항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안정 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른 법 적용 대상은 직전년도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발생 트래픽 총량의 1% 이상을 차지한 사업자인데,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가 대상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의8 제2항에 따르면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를 위한 구체적 조치 사항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한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확보 및 트래픽 경로의 최적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고심은 2020년 6월에서야 대형 CP에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이 신설된 점 등을 근거로 CP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원칙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령상 금지되는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일종의 법적 규율의 공백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접속사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가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지, C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봤던 관점이 변경되었고, 이에 부가통신사업자에 불과하였던 CP에게도 인터넷 생태계에서 책임과 의무를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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