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만연한 악성 댓글…전문가 “일종의 ‘군중 심리’”
지난 2020년 네이버·카카오·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는 유명인을 향한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해 연예·스포츠 뉴스 등의 댓글 작성을 금지했다.
그러자 악성 댓글은 유명인이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유튜브 채널로 대거 옮겨 이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
또 댓글이 유지되고 있는 뉴스 콘텐츠에는 여전히 도 넘는 비난이 이어지기도 한다.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민지도 지난해 1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칼국수가 뭐지”라고 혼잣말을 했다가 논란에 휘말리며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칼국수도 모르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악성 댓글의 피해자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악플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 시민이나 구독자를 다수 보유한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심리적 고통을 안긴다.
이런 논란은 조회수를 노린 또 다른 유튜버들에 의해 확산한다.
실제로 민지의 '칼국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영상과 사진을 짜깁기한 유튜브 쇼츠 영상 또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더 광범위하게 퍼졌다.
일부 유튜버들은 논란이 인 유명인의 신상을 정리한 영상을 올리는 등 2차 가해도 서슴지 않는다.
논란은 당사자가 사과문을 작성해야 겨우 일단락된다.
민지는 이후 “여러분 제가 칼국수를 모르겠어요?”라고 다소 격앙된 말투로 항변했다가 태도 논란으로 번지자 결국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악성 댓글을 일종의 '군중 심리' 차원으로 해석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2일 연합뉴스에 “한 개인은 대다수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낼 거라고 추론될 때 사이버 공간에서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한다”며 “결국 집단 사고적 현상이 나타나 더 극한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에게 자정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의식 제고를 요청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관련 기관과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해외 기업 간 공조를 통해 인격 모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정인을 사칭해 입에 담기 힘든 심한 욕설을 하는 등 무려 수년간 ‘사칭 명예훼손’ 하는 사례도 있다.
앞선 20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한 남성이 이설아 KBS 기상 캐스터를 사칭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2021년부터 남성 B씨의 집요한 타깃이 됐다.
B씨는 어느 순간부터 돌변해 이씨 SNS에 심한 말을 남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의 다른 팬이 남긴 글에도 심한 욕을 하는 등 도 넘는 악성 댓글로 이씨를 곤란하게 했다.
이씨는 이 같은 B씨의 행동을 참다못해 차단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문제는 손 쓸 수 없이 커졌다.
B씨는 이후 이씨를 사칭해 페이스북과 틱톡, 유튜브 등 각종 SNS에 사칭 계정을 만들어 마치 이씨인 것처럼 행동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서 앞서 하던 것처럼 심한 욕설을 했고, 항의하는 이에게 “사칭 아니다. 나 이설아다” 등 허위 사실까지 게재했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결국 참다못한 이씨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으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가 전북에 사는 남성으로 확인하고 소환 조사를 벌였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칭 계정을 만들고 악플을 다는 등 모두 자신이 한 일”이라고 털어놨다고 이씨는 전했다.
하지만 행복한 희망도 잠시,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사칭을 저질렀다고 자백까지 받았지만 이에 따른 명예훼손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이에 B씨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에 비해 이씨는 B씨 탓에 지난 3년간 사칭 욕설 등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이에 따른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고통이 뒤따랐다.
이씨는 “지난 3년간의 피해로 너무 고통스럽다”며 “제가 그동안 형사 고소 결과 통지를 알리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을 사칭해 인터넷에 비방·욕설 글을 게시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사실이 없으면 명예훼손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또 다른 사칭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피의자가 저를 사칭하는 행위를 삼가주기를 간곡히 바라며, 지금이라도 사칭에 의한 명예훼손 관련 법안이 제대로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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