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살에 신체능력 30대…운동에 늦은 때란 없다, 루틴을 알아보자

이승준 기자 2024. 1. 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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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살 리처드 모건(오른쪽)이 6년 전인 2018년 실내 조정 경기에 출전했을 당시 모습. Row2k.com 제공·워싱턴 포스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시니어 조정 선수인 아일랜드인 리처드 모건은 생물학적 나이는 93살이지만, 최근 분석 결과 신체 나이는 30~40대로 나타났다. 70대 초반까지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젊은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아일랜드 한 대학 연구진이 모건의 신체와 운동 능력을 연구한 결과를 공개하고 그의 운동법과 식습관을 소개했다. 연구진의 결론은 평범하지만, 중요하다. 연구 결과는 ‘사람의 몸에 운동하기 늦은 때란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2월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의 필립 제이크만 교육·보건과학 교수 연구진이 시니어 실내 조정선수 리처드 모건의 신체능력과 운동법, 식습관 등을 분석해 미국 응용생리학저널에 실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아일랜드 코크에 사는 모건은 실내에서 로잉 머신(실내조정기구)에 올라 줄을 당기는 방식으로 가상으로 배의 노를 저어 기록을 경쟁하는 실내조정경기 선수다. 조정 선수인 손자의 권유로 73살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2022년 경량급 90~94살 부문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등 현재도 실내조정 선수로 뛰고 있다.

리처드 모건이 84살이던 2014년 실내 조정 경기에 출전했을 당시 현지 매체와 자신의 집 창고에서 인터뷰를 했다. Irish Examiner 유튜브 갈무리

73살에 운동 시작했는데…심장은 40대

22일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연구진은 제빵사 등으로 일하며 73살까지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은 모건이 90살이 넘는 나이에도 왕성한 운동능력을 보이는 것에 주목했다. 노화로 인해 근육이 줄어들고 신체 능력이 둔화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운동 부족 때문인지 답을 찾는 데 모건이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모건을 리머릭 대학 생리학 연구실로 초청한 뒤 폐와 심장 기능을 분석하고 식습관 등을 조사했다. 로잉 머신에서 2000m를 노를 젓게 하며 그의 심장·폐·근육을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분석 결과 모건의 몸은 젊었다. 모건의 체지방률은 15%로 건강한 젊은 남성의 체지방률을 보였다. 로잉 머신을 타는 동안 심박수는 그 나잇대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분당 최대 153회를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구진의 말을 인용해 모건의 신체능력이 건강한 30~40살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루 40분’ 꾸준한 운동

젊음의 비결은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와 연구진은 모건의 ‘단순하고 짧은’ 운동 습관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도 대부분 집 뒷마당에 있는 창고에서 매일 운동한다고 한다. 다음은 그의 ‘운동 루틴’이다.

①하루 평균 40분 (로잉 머신에서) 30㎞가량 노를 젓는다.

②저강도·중강도·고강도 운동을 혼합해서 한다. 70%는 쉬운 운동, 20%는 힘들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운동, 10% 지속하기 어려운 강도의 운동을 한다.

③일주일에 2~3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몸에 맞는 덤벨을 이용해 런지 3세트를 하는 등 동작을 반복한다.

매일 ‘고단백’ 위주 식단

워싱턴포스트는 모건이 자신의 체중에 맞는 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 60g를 웃도는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한다고 했다.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시 인디펜던트도 19일 연구결과를 전하며 모건이 단백질 함량이 높은 ‘매우 일관된 식단’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모건의 손자(조정 선수와 다른 손자) 로컨 데일리 아일랜드 섀넌 대학 운동과학 조교수는 할아버지의 식단을 아이리시 인디펜던트에 자세히 공개했다. “매일 똑같은 아침과 점심을 먹는다”는 모건은 아침으로 포리지(오트밀에 우유를 넣어 만든 죽)를, 점심으로는 햄과 통곡물 스콘 등을 먹는다고 한다. 저녁에는 감자와 야채를 곁들인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먹는다. 운동 뒤에는 단백질 셰이크(보충제)를 챙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와인을 마신다.

리처드 모건이 84살이던 2014년 실내 조정 경기에 출전했을 당시 현지 매체와 자신의 집 창고에서 인터뷰를 했다. Irish Examiner 유튜브 갈무리

“운동에 늦은 때란 없다”

연구진들은 모건의 사례를 통해 운동은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운동 능력이 좋은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연구를 진행한 제이크만 교수는 “93살의 모건의 체력과 신체적 힘은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근육과 유산소 능력(aerobic capacity)을 잃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운동이 나이와 상관없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결과를 살펴본 인디애나 볼 주립대학의 생체역학연구소장 스콧 트랩은 워싱턴 포스트에 “전 생애에 걸친 운동 적응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조명하는 흥미로운 사례 연구”라며 “인체가 어떤 나이에도 운동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매우 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연구진은 모건의 건강한 신체는 유전적인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모건의 최근 조정 경기 기록은 10년, 5년 전 보다 떨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운동이 노화를 막을 수 없으나 늦춰줄 수 있다고 했다.

운동은 신체만 튼튼하게 하지 않는다. 성취감과 만족감도 주며 마음도 건강하게 만든다. 모건은 워싱턴포스트에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는 것에 기쁨이 있다. (운동을 하고 경기에 나가는 게)많은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손자인 데일리 조교수도 할아버지를 “따뜻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묘사하며 “건강한 생활 방식에 따른 정신 건강도 신체만큼 훌륭하다. 운동은 그에게 목적과 기쁨, 행복감 등을 준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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