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충견 안되겠다고 했던 한동훈의 직분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1. 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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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윈회 위원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당해 있던 2021년 2월 한 조간 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죠. 그분들이 환호하던 전직 대통령들과 대기업들 수사 때나, 욕하던 조국 수사 때나, 저는 똑같이 할 일 한 거고 변한 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비대위원장이라는 직분을 맡은 이상, 김 여사의 명품백 수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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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사냥개 원했다면
날 쓰지 말라” 했던 한동훈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에
“국민보고 할 일 하겠다” 밝혀
김건희 명품백 돌파 해법 주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윈회 위원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당해 있던 2021년 2월 한 조간 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죠. 그분들이 환호하던 전직 대통령들과 대기업들 수사 때나, 욕하던 조국 수사 때나, 저는 똑같이 할 일 한 거고 변한 게 없습니다.”

그의 말의 핵심은 단순 명쾌하다. 자신은 권력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사의 직분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는 권력이 싫어했지만 검사의 직분에 맞는 일이기에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21일 대통령실로부터 여당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위원장은 그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채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3년 전 그가 했던 말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이번에 그가 던진 메시지의 핵심 역시 분명해 보인다. 권력이 원하는 일, 시키는 일이 아니라, 본인의 직분에 맞는 일을 하겠다는 뜻이다.

지금 그의 직분은 비대위원장으로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를 이끄는 것이다. 그러려면 권력의 마음, 즉 권심이 아니라 민심을 얻어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다수는 김건희 여사에 행적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별검사를 임명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데 대한 찬성 응답이 60%를 넘는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로 인해 악화된 민심이 여론조사에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4월 총선에 심각한 악재다. 여당 비대위원장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한 위원장 역시 그 책임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 눈높이에 아쉬운 점이 있다”라는 말도 하게 됐을 것이다. “몰카 조작 사건”이라는 대통령실 또는 친윤계와는 맥이 다른 발언이었다. 특히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김경율 회계사는 명품백 수수에 대한 대통령 부부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했다. 대통령 부부가 대로할 만한 발언이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출마자들은 한 표가 아쉽다. 민주당 현역 위원들과 힘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김 여사 편을 들 수가 없다. 일단 공천을 받고 난 뒤부터는 대통령 부부의 해명과 사과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승리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이런 수도권 출마자들의 처지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수도권 유권자 앞에 “김 여사는 몰카 범죄의 피해자”라는 친윤계 주장을 고집하라고 한다면, 수도권 출마자들에게 몇 수 접은 불리한 상황에서 민주당 현역의원들과 싸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비대위원장 직분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가 비대위원장이라는 직분을 맡은 이상, 김 여사의 명품백 수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도권 출마자들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게 대통령 부부의 사과를 요구할 것이고, 한 위원장 역시 어느 정도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게 그의 직분에 맞는 일이다.

만약 그가 그 직분을 더는 수행하지 못할 정도도 당 내외의 압박을 받아 물러나야 한다면, 윤 대통령은 누구를 내세워 선거를 치를 생각인지 궁금하다.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의중을 충실히 따르는 영남 친윤계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인데, 친윤계 간판으로 총선을 이길 수 있을까. 승리 확률이 더 낮아질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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