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경선서 北이슈 부상…헤일리 "트럼프 독재자와 손 잡으려 해"
트럼프, 그간 김정은과 브로맨스 과시
(맨체스터<뉴햄프셔>=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의 두 번째 결전지인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가운데, 공화당 경선에서 북한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재임 기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3차례 만났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김 총비서와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면서 자신만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총비서 등 독재자들과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며 비판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유세 과정에서 자신이 재임 기간 중 김 총비서는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상대해 봤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리더십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이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문제 삼는 과정에서 북한을 자주 언급해 왔다.
그는 지난 20일 맨체스터에서 가진 유세에선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란과 중국, 러시아, 북한은 억제돼 있었다"고 지적했고, 지난 19일 유세에선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김정은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아이오와주 유세 당시에도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터프하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저를 좋아했고, 저는 그와 매우 잘 지냈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그들(북한)은 누구 못지 않은 대량의 핵무기를 비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상영되는 무대 영상에는 지난 2019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판문점에 만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선 경선 경쟁자로 부상한 헤일리 전 대사를 비판하는 소재로 북한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뉴햄프셔 콩코드 유세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헤일리 전 대사는 시 주석이나 푸틴 대통령, 김 총비서와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총비서 등과 친분을 과시하는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지난 2017년 미국에 송환된지 엿새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 카드로 꺼내들었다.
이는 중도·무당층과 반(反)트럼프 성향의 뉴햄프셔 유권자들의 지지를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뉴햄프셔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친서 교환을 과시했던 점을 꼬집으며 "미국 대통령이 아들을 고문한 사람에게 '러브레터를 썼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웜비어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느냐"고 비판했다.
헤일리 전 대사 캠프는 프라이머리 하루 전인 오는 22일 웜비어 모친인 신디 웜비어의 지지연설을 담은 3분짜리 TV광고를 방송할 예정이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해 2월 웜비어 모친이 지난해 2월 헤일리 전 대사의 대선 출정식에 연사로 나서 발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신디 웜비어는 광고에서 아들 오토가 북한에 억류돼 있던 시기 헤일리 당시 유엔대사가 가족들에게 힘이 돼 줬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신디 웜비어는 "내 아들 오토는 북한에 초청돼 여행을 갔다가 북한 정부에 인질로 잡히고 고문을 당해 살해됐다"며 우리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도와달라고 빌고 있을 때 그(헤일리 전 대사)는 우리에게 조용히,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신디는 또 헤일리 전 대사가 유엔대사 재직시 "우리에게 소리내어 정의와 우리 자신, 오토를 위해 맞서 싸우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에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깡패들이 그(오토)를 고문하고 터무니없는 상태로 돌려보냈다"며 자신이 웜비어의 부모에게 "큰 소리로 말하라고 했고 북한을 불러내는 것을 반드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해 그들(북한)에 대한 최대 제재를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그때) 무엇을 했느냐. 대신 그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취임을 여러 차례 축하하고, 푸틴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것을 거론하면서 "우리를 죽이려는 독재자와 손을 잡으려는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가질 순 없다. 대신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오토 웜비어를 석방하기 전 미국에 200만 달러의 치료를 청구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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