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고가품 소비는 오히려 급증한다. 전년보다 문턱이 높아진 백화점 VIP 기준과 한정판 고가 스마트폰의 뜨거운 예약 구매 행렬, 한정판 운동화 구매 열풍 등을 보고 있자면 비합리적 소비 같아도 사고 싶은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한 카드사가 출시한 푸바오 에디션 카드는 출시 3일 만에 완판됐다. 카드 혜택이 크지 않았어도 순식간에 판매된 비결은 아기 판다 푸바오의 얼굴이 도배된 카드 디자인 때문이다. 애플스토어 하남점의 오픈일에는 매장 영업 시작을 기다리는 행렬이 1000명을 넘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무언가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팝업스토어나 유명 맛집의 엄청난 대기 행렬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가 뭐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신간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이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

30여 년간 소비자 심리학을 연구해 온 저자 애런 아후비아 박사가 소비자들의 구매 양상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인 ‘사랑’과의 연관성을 발견해 쓴 이 책은 인간 욕망의 작동 원리를 총망라한, 욕망의 구조를 파헤친 치밀한 해설서다.

저자는 인간이 더 나은 사회적 평가와 타인과의 애착 형성을 위해, 그리고 더 나답게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물에 사랑과 애착을 쏟을 뿐 아니라 구매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거나 때로는 생명이 없는 사물과 대화를 시도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과 사물 사이에서도 사람 간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감정적 애착이 형성된다”며 여기엔 특별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기제에 의인화와 사람 연결기(連結器), 자기감(自己感)이 작동한다고 했다. 의인화는 사물을 사람으로 위장해 애착을 생성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프로그램 시리(Siri)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 연결기는 사물과 자신과의 정신적 연결을 통해 이루어진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쉽사리 버리지 못한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 물건이 이미 사람 연결기로서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또 자기감은 어떤 사물이 사용자의 정체성 일부가 될 때 그 사물을 향한 애착이 상승한다. 한 브랜드의 옷을 계속 입는 것은 그 브랜드가 이미 자신을 표현하는 정체성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의인화, 사람 연결기, 자기감이라는 특성은 소비자가 어떻게 제품을 좋아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때론 제품을 무기 삼아 소비자의 마음을 무너뜨릴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또 브랜드나 제품을 향한 ‘덕후’들의 열망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인간이 사물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까지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아 소비자 분석 프로젝트를 실시한 저자가 소비자의 마음을 함락시키는 방법도 공개하고, 경제 자본과 문화 자본에 대한 관심도가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 소비 욕망이 미래 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살펴본다.

생애주기에 따른 취향의 변화나 취향이 발현되는 개인적 배경을 이해해 나가면서 인간 욕망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애런 아후비아 지음ㅣ알에이치코리아ㅣ412쪽ㅣ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