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투자 줄이고 인건비 감축… ‘고강도 다이어트’ 돌입한 네카오[ICT]
네이버, 경영진 주도 비용감축
매출의 7%만 인공지능에 투자
수익률 적은 사업은 정리 방침
카카오, 본격적 인력 감축 시행
엔터 직원 대상 희망퇴직 접수
올해 보수적 채용 기조도 유지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계속되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국내 IT 업계에서는 당장 인력 감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 등으로 긴축 경영 기조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2일 국내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긴축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네이버는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주도로 적극적인 비용 감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CFO는 “신규 인공지능(AI) 모델과 서비스 출시로 AI 장비에 대한 투자가 일정 수준을 이어가겠지만 인프라 비용은 당초 계획했던 대로 매출 대비 7%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인프라 비용도 7% 이내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최수연 대표도 지난해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비용 효율화 작업 효과를 본 덕에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새로운 수익화 방안을 모색하고 비용구조를 신중하게 재설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네이버는 최근 영어교육 앱 계열사 ‘케이크’의 인력 50% 이상을 재배치하는 등 조직 효율화에 힘쓰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 사용률이 줄어들면서 신규 사업을 위해 채용했던 직원들을 다른 조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80명 정도가 케이크에 근무했는데 서비스 유지에 필요한 인력 이외 40명이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크림, 스노우 등 계열사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수익이 나오지 않는 사업과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력 감축을 시행한 카카오는 올해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면서도 “보수적인 채용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계열사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감원 규모가 가장 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일부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알렸다. 지난해 7∼9월 1차 희망퇴직으로 전체 인력의 30%(약 300명)를 줄인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감원을 추진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연간 기준 1000억 원대에 이르는 영업손실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406억 원에 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8월에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인수한 엑스엘게임즈도 최근 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전환 배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카카오에서 사내 독립법인(CIC)으로 분리된 ‘다음’도 자구책을 찾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감축 칼바람은 서늘하다. 지난해 글로벌 IT 업계에서 해고된 인력 규모는 26만1997명으로, 2022년(16만4969명)보다 58.8% 증가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인력을 줄인 빅테크 기업은 아마존(2만7000명)이다. 메타는 전체 직원의 20% 이상인 2만1000명을, X(옛 트위터)는 직원의 절반 이상인 3700명을 각각 해고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각각 1만2000명, 1만1000명을 내보냈다.
올해도 분위기가 살벌하다. 구글·아마존은 연초부터 직원 수백 명을 구조조정한다고 예고했다. 구글은 이달 광고 영업팀 직원 수백 명을 감축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는 지난 9일 직원 5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11일엔 프라임비디오, MGM스튜디오 소속 인력 수백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AI 열풍이 거세지자 인건비를 아껴 AI 기술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IT 업계 인력 감축의 주된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AI를 중심으로 신사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IT 기업이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던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IT 업체 임원은 “게임·스타트업 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연쇄 이동 러시 등 개발 인력을 일단 대거 뽑아 놓는 ‘그물형 인력 운용’은 더 이상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향후 2∼3년 내 시장 호응을 얻지 못하는 사업은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가능성 있는 사업에만 골라 투자하는 흐름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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