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지자체 돈 받으면서 국제대회 부진한 종목들, 부끄러운 줄 모르나[김세훈의 스포츠IN]
한국 단체 구기종목이 점점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한 걸 넘어 올림픽 무대조차 밟지 못하는 게 다반사가 됐다.
한국 남자하키 대표팀은 올해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스페인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하키 최종예선 3·4위전에서 아일랜드에 3-4로 졌다. 8개 나라가 출전한 이 대회 3위까지 올림픽 본선에 나갈 수 있다. 한국은 본선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한국 남자하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다.
남녀 하키는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모두 올림픽 본선에 가지 못한다. 파리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중 남녀 모두 본선행에 실패한 종목은 농구, 수구, 럭비에 이어 하키가 네 번째다. 배구 역시 남녀 모두 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 남자 핸드볼과 여자 축구는 이미 본선행이 좌절됐다.
현재 단체 구기종목 중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된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남자 축구는 오는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아시안컵을 통해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단체 구기로는 여자 핸드볼과 남자 축구만 파리올림픽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
2021년 도쿄 대회 때 한국은 남자 축구, 여자 핸드볼, 여자 농구, 여자 배구, 남자 럭비, 야구가 본선에 나갔다. 파리올림픽 종목이 아닌 야구를 빼면,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단체 구기종목 수가 도쿄 대회 5개에서 2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남녀 농구, 남녀 배구는 대표적인 겨울 프로스포츠다. 적잖은 대기업, 금융권 기업들이 20년 안팎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회 후원사로 참여해 수억원 또는 수입억원을 내는 기업도 있다. 그런데 국제 대회 성적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농구, 배구 모두 내수용, 국내용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농구인, 배구인은 국내리그에 팬들이 어느 정도 모인다고 안주하거나 기업 참여가 지속되리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일부 팀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기업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핸드볼도 마찬가지다. SK가 10년 넘게 수백억원을 투자했지만 부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프로화 계획은 다수 팀들, 다수 감독들이 반대하면서 답보 상태다. 프로화를 3년 유예한다는 발표는 프로화가 힘들다고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 핸드볼 선수들 연봉은 크게 올랐지만 경기력은 떨어졌다. 유럽 리그로 진출한 선수들도 극소수다. 국제대회 성인 대표팀 부진도 오래됐다. 10대 선수들이 아주 가끔 낸 좋은 성적이 성인팀 부진을 가리기 위한 홍보용으로 활용된다. SK가 핸드볼에 계속 투자할 강한 의욕을 갖고 있을까. 기자는 아니라고 본다.
기업은 철저하게 기업 논리로 일을 처리한다. 스포츠가 사회에 대한 기업의 이익 환원이라고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경쟁력을 잃은 종목에 대한 투자가 지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삼성, SK 등은 몇몇 프로 종목에서 이미 발을 뺐고 한화 등 아마추어 종목에서 손을 뗀 대기업도 늘고 있다. 스포츠인들은 “기업들이 스포츠에 적극 투자해달라”고 입버릇처럼 외친다. 새로운 기업을 찾기보다는 현재 투자하는 기업을 잘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기업 투자가 이뤄지는데 국제 경쟁력을 잃는다면 그건 무조건 경기인 책임이다. 기업, 지자체 돈으로 편안하게 지내면서 국제 경쟁력을 잃는 종목 경기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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