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B.리그 플레이어] 일본의 올림픽 본선 진출 이끈 주역 카와무라 유키·조쉬 호킨슨

조영두 2024. 1. 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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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이웃나라 일본 B.리그에는 이대성(미카와), 양재민(센다이), 장민국(나가사키)까지 3명의 한국선수가 활약 중이다. 3부 리그인 B3까지 범위를 넓히면 박세진(가나자와)과 장문호(카가와)도 있다. 일본이 2023 FIBA 농구 월드컵에서 선전하며 일본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B.리그에는 어떤 선수들이 뛰고 있을까. 점프볼은 매달 B.리그에서 뛰고 있는 자국선수와 외국선수를 한 명씩 소개하는 코너를 기획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은 카와무라 유키(22, 172cm)와 조쉬 호킨슨(28, 208cm)이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YUKI KAWAMURA
지난 시즌 5관왕, 무서운 2001년생

후쿠오카 다이치고 출신의 카와무라는 어린 시절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2017 FIBA U16 아시아선수권대회, 2018 FIBA U18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등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이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도카이대학에 진학한 카와무라는 B.리그 특별지정선수제도를 통해 프로의 맛을 보게 된다.

특별지정선수제도는 팀별로 관심이 가는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와 일종의 수련선수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고등리그, 대학리그가 종료된 후 데려올 수 있으며 보통 시즌 중반부터 종료 시까지 3개월 단기 계약이다. 해당선수는 급여를 받는 건 아니지만 팀 훈련을 함께하고, 리그 경기 출전도 가능하다. 계약이 끝나면 다시 소속 학교로 돌아간다.

카와무라는 1학년이었던 2019-2020시즌 산엔 네오피닉스, 2~4학년 시절에는 현재 소속팀 요코하마 B-코르세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4학년이었던 2021-2022시즌에는 정규리그 32경기에 출전해 평균 23분 36초를 뛰며 10.1점 2.9리바운드 7.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프로에 데뷔도 하지 않은 대학생 신분의 선수가 남긴 성적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요코하마와 정식 계약을 맺은 카와무라는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신장이 172cm에 불과하지만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정확한 외곽슛이 장점이다.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시야도 넓어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카와무라는 단숨에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차지했고, 데뷔 시즌 정규리그 52경기에서 평균 28분 15초 동안 19.5점 3.4리바운드 8.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평균 득점은 자국선수 1위이며, 어시스트는 리그 전체 1위다. 카와무라를 앞세운 요코하마는 33승 27패로 중부 지구 2위에 올랐다.

본지 편집인이자 월드컵을 중계했던 손대범 해설위원은 카와무라에 대해 “신인 시절 트위터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와서 처음 알았다. 신인인데 3번째 시즌을 뛰는 선수 같이 플레이하더라. 당차고 노련함까지 갖추고 있다. 다른 일본 선수들도 슛이 좋지만 카와무라는 특히 더 슛 능력이 뛰어났다. 본인만의 리듬이 있고, 자신감도 넘쳐서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시즌 종료 후 카와무라는 일본 B.리그 어워드 2022-2023에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각 팀의 감독, 선수, 기자단 투표로 진행된 가운데 496점을 획득, 시마네 스사누 매직 외국선수 페린 버포드(327점)와 치바 제츠 주전 가드 토가시 유키(259점)를 가볍게 따돌렸다. 더불어 신인상, MIP, 베스트5, 어시스트상까지 독식하며 5관왕에 올랐다. 데뷔 시즌부터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이름을 일본 전역에 알렸고, 단숨에 리그 최고의 가드로 자리매김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01년생, 만 22살의 나이에 이룬 업적이라는 것이었다.

172cm 작은 거인, 전 세계를 놀라게 하다
카와무라는 지난 8월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에서 공동 개최된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은 독일, 호주, 핀란드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되며 3전 전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독일에 63-81로 완패했지만 두 번째 핀란드전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3쿼터까지 63-73으로 끌려가던 일본은 4쿼터 집중력을 발휘하며 98-88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카와무라가 있었다. 그는 25분 11초를 뛰며 3점슛 4개 포함 25점 9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특히 4쿼터에만 3점슛 4개를 모두 적중시키는 등 17점을 몰아치는 원맨쇼를 펼쳤다. 213cm의 NBA리거 라우리 마카넨(유타)을 앞에 두고 딥 쓰리를 터트리는 장면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일본은 조별 예선 3차전에서 호주에 89-109로 패하며 순위 결정전으로 밀렸다. 순위 결정전에서 일본의 저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베네수엘라와 카보베르데를 차례로 꺾었고, 최종 순위 19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 중 1위에 오르며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주전 포인트가드로 팀을 이끈 카와무라는 5경기 평균 23.8분 동안 13.6점 2.0리바운드 7.6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손대범 해설위원은 “청춘 만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게 현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핀란드의 경기는 국내 농구인들이 지금이라도 다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와무라의 퍼포먼스는 굉장히 놀라웠다. 장신선수를 앞에 두고 슛을 올라가는 장면은 모든 아시아 선수들이 꿈꿔왔던 순간이다. 일본선수지만 대리 만족을 느꼈다. 카와무라가 아시아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길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카와무라는 올 시즌에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12월 19일 기준 정규리그 21경기에서 평균 28분 49초를 뛰며 24.4점 2.6리바운드 6.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리그 전체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어시스트 수치가 조금 하락했지만 물오른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외국선수가 버티고 있는 골밑을 자신 있게 파고들어 레이업을 얹어놓고, 찬스가 나면 주저 없이 3점슛을 던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12월 6일 도야마 그라우지스와의 경기에서는 커리어하이인 42점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종전 기록은 10월 15일 군마 크레인 썬더스전에서 기록한 40점. 3점슛 12개를 던져 6개를 적중시키는 등 야투 22개 중 12개가 림을 갈랐다. 자유투는 12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또 다시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손대범 해설위원은 카와무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NBA에 도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머리그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선수들이 도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꼭 NBA가 아니더라도 유럽 무대가 있다. 상대팀이 분석을 해서 간파를 할 텐데 그걸 뛰어넘고 있다. 다가올 올림픽이 중요할 것 같다.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서 올림픽에서의 활약이 해외 도전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 카와무라 유키 프로필
생년월일

2001년 5월 2일
신장/체중
172cm/72kg
포지션
가드
출신학교
후쿠오카 다이치고-도카이대
선수경력
2022~현재 요코하마 B-코르세어스

JOSH HAWKINSOM
NBA 드래프트 낙방, 일본에서 프로 생활 시작

고교시절 시애틀을 대표하는 유망주 중 한 명이었던 호킨슨은 워싱턴주립대에 진학했다. 1학년 시절 주로 벤치를 지켰던 그는 2학년 어니 켄트 감독을 만나면서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1학년 때 28경기 평균 6.4분 출전 1.2점 1.6리바운드에 그쳤지만 2학년 31경기에서 평균 32.7분 동안 14.7점 10.8리바운드로 기록이 급상승했다. Pac-12 컨퍼런스 MIP를 수상했고, All-Pac-12 Honorable Mention상을 받았다.

3학년부터는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3학년 29경기 평균 15.4점 11.1리바운드, 4학년 31경기 평균 15.5점 10.2리바운드로 평균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이 기간 동안 올-Pac-12 컨퍼런스 세컨드 팀, 시니어 클래스 올-아메리칸 퍼스트 팀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호킨슨은 2017 NBA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 리바운드 능력이 뛰어나지만 중거리슛, 외곽슛 성공률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 그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골밑에서의 피벗 기술이 좋지 못했고, 볼 핸들링도 부족했다. 쉽게 말해 NBA에서 뛰기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NBA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 호킨슨은 곧바로 일본으로 향했다. 2부 리그인 B2 소속 파이팅 이글스 나고야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데뷔 시즌 60경기 평균 24분 15초 출전 12.8점 7.9리바운드를 기록한 호킨슨은 2년차 시즌부터 리그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2018-2019시즌 평균 20.9점 10.3리바운드, 2019-2020시즌 평균 20.6점 10.3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쳤다. 장점인 리바운드 능력은 여전했고, 외곽슛 성공률을 끌어올리면서 공격 루트가 다양해졌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B.리그로 승격한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로 이적, 1부 리그에서 뛰게 됐다. B.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호킨슨은 매 시즌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국선수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신슈의 소년가장 같은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56경기에서 평균 34분 2초를 뛰며 18.2점 9.3리바운드로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호킨슨을 앞세운 신슈는 29승 30패로 중부 지구 3위에 올랐다.

신슈에서 호킨슨과 한솥밥을 먹었던 양재민은 “현재 호킨슨의 메인 공격 옵션은 3점슛이다. 픽앤롤과 픽앤팝이 다 되는 선수다. 신장이 크기 때문에 팝을 했을 때 수비하기가 까다롭다. 스위치가 돼서 가드와 매치업이 됐을 때는 하이포스트에서 개인 기술로 득점을 많이 올린다. 수비에서는 신체조건 대비 블록슛 타이밍이 좋다. 장점이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 오랫동안 뛰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본 외국선수 중 손꼽힐 정도로 인성이 좋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훈련장까지 태워주겠다며 차를 끌고 우리 집 앞으로 데리러 왔다. 일본은 운전석이 반대라 운전하기 어려울까봐 나를 배려해줬다. 신슈에서 밥도 자주 먹고, 대화도 많이 하며 친하게 지냈다”며 인성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일본으로 귀화 그리고 월드컵에서 맹활약
B2와 B.리그에서 6시즌을 뛴 호킨슨은 지난해 일본으로 귀화를 선택했다. B.리그는 외국선수 2명과 더불어 귀화선수 또는 아시아쿼터선수가 코트에서 함께 뛸 수 있다. 호킨슨이 귀화를 한다면 소속 팀 입장에서는 외국선수 2명과 호킨슨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다는 큰 메리트가 있었다. 호킨슨 또한 일본 국가대표로 뛸 수 있기에 명예와 수당까지 챙길 수 있는 기회였다. 넓은 스페이싱을 바탕으로 3점슛을 주된 전술로 추구하는 일본 남자농구 대표팀 톰 호바스 감독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호킨슨을 포함시켰다.

월드컵에서 호킨슨은 기대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28점 19리바운드로 활약하며 카와무라와 함께 역전승을 이끌었다. 핀란드의 장신숲 사이에서 연이어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카와무라의 패스를 받아 골밑에서 꾸준히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FIBA 랭킹 3위 호주전에서는 33점 7리바운드로 패배 속에서도 빛났다. NBA리거들과의 매치업에서도 밀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호킨슨은 월드컵 5경기에서 평균 35.0분 동안 21.0점 10.8리바운드로 일본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일본 남자농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국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B.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호킨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썬로커스 시부야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신슈 시절과 비교해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시즌 호킨슨은 12월 19일 기준 정규리그 18경기에서 평균 32분 33초를 뛰며 17.9점 7.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팀 전체 1위에 해당한다. 3점슛은 평균 2.4개를 시도해 1.0개를 적중시켰다. 성공률은 무려 40.9%.

지난 시즌과 비교해 외곽슛 시도가 줄었고, 2점슛 빈도가 늘었다. 필드골 성공률 56.0%로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평균 블록슛 1.3개로 리그 전체 공동 4위에 랭크되며 공수 양면에서 팀에 공헌하고 있다. 1995년생, 이제 전성기에 접어드는 만 28살이기에 부상만 없다면 향후 몇 년 동안 리그를 호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재민은 “호킨슨을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25살이었다. 당시만 해도 보완할 부분이 많았고, 감독님께 혼나기도 했다. 나도 신슈로 처음 이적을 했을 때라 둘이서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호킨슨에게서 파생되는 플레이가 많다. 전술적으로 팀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선수다. 일본 내에서 인지도 또한 많이 올라갔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다. 지금부터가 호킨슨의 진짜 전성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조쉬 호킨슨 프로필
생년월일

1995년 6월 23일
신장/체중
208cm/106kg
포지션
포워드
출신학교
쇼어우드고-워싱턴주립대
선수경력
2017~2020 파이팅 이글스 나고야
2020~2023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
2023~현재 썬로커스 시부야

# 사진_B.리그,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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