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예약한 전설의 역대 ‘가장 웃긴 퇴장’ 사건, 그날의 뒷 이야기

안형준 2024. 1. 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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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그라운드에서는 여러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때로 퇴장과 격렬한 항의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격한 감정이 충돌하는 상황. 하지만 뒷 이야기들까지 모두 격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월 22일(이하 한국시간) 어쩌면 야구 역사상 가장 '웃긴 퇴장'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한 장면의 뒷 이야기를 전했다. 약 6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2017년 7월 28일 텍사스 글로브라이프 파크에서는 레인저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인터리그 경기가 열렸다. 당시 마이애미는 디 고든, 지안카를로 스탠튼, 크리스티안 옐리치, 마르셀 오주나, JT 리얼무토, 스즈키 이치로, 데릭 디트릭으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보유한 팀이었다. 텍사스는 선발 다르빗슈 유가 4회에만 8실점하는 등 3.2이닝 10실점으로 무너지며 큰 점수자로 끌려가고 있었다.

텍사스가 6-18로 뒤쳐진 8회말 텍사스의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3번타자 노마 마자라가 타석에 들어섰고 마이애미의 신인 불펜투수 드류 스테켄라이더와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시선을 독차지한 주인공은 마운드 위의 스테켄라이더도, 타석의 마자라도 아니었다. 바로 대기타석의 아드리안 벨트레였다. 벨트레는 대기타석 발판을 벗어나 포수 뒤쪽 가까이로 이동해 스윙 연습을 했다. 대기타석의 타자는 대기타석 발판 위에서 다음 타석을 준비하는 것이 규정. 당연히 심판진은 벨트레를 제지했다.

당시 2루심이었던 개리 데이비스 심판은 벨트레에게 발판 위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벨트레는 대기타석으로 돌아가는 대신 자신이 서있던 위치로 발판을 끌어왔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팬들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데이비스 심판은 벨트레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뛰쳐나와 항의했다. 배니스터 감독 역시 퇴장을 당했다.

벨트레는 경기 종료 후 "웃기려고 한 일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있었고 공을 더 잘 지켜보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MLB.com에 따르면 벨트레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그 상황에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MLB.com에 따르면 데이비스 심판은 "나와 벨트레는 서로를 존중한다. 우리는 잘 아는 사이고 그가 매우 경쟁심있는 선수라는 것을 안다. 벨트레는 경기를 즐기는 선수지만 때로 승부욕이 과하기도 하다"며 "대기타석 발판을 옮긴 것이 대단한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정성을 생각하면 허용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6년 전 당시를 떠올렸다.

데이비스 심판은 "벨트레가 자꾸 대기타석을 벗어나 중앙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대기타석으로 돌아가라고 했더니 그렇게 발판을 옮기더라"며 "내가 퇴장을 명령한 것을 두고 '2루심은 유머감각이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때 그 장면은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웃긴 장면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심판이 선수의 돌발 행동을 두고 함께 웃을 수는 없는 일. 데이비스 심판은 웃음을 참고 엄숙한 척 규정을 적용해 벨트레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그렇다면 벨트레의 퇴장에 격분해 달려나온 배니스터 감독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배니스터 감독 역시 데이비스 심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데이비스 심판은 "그 때 뛰쳐나온 감독에게 '저걸 변호하려고 나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배니스터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내가 나와야 하니까 나온거란 것을 심판도 아시지 않느냐'고". 배니스터 감독 역시 벨트레의 돌발 행동이 웃음이 나는 어이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팀을 상징하는 최고의 베테랑 선수가 퇴장당하는 상황을 감독이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기에 '항의하는 척'이라도 했다는 것이다.

상대 선수들도 웃음을 감추려 노력했다. 당시 마운드에 있었던 스테켄라이더는 "내가 본 가장 웃긴 장면 중 하나였다. 그라운드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난 당시 (3루수였던)디트릭과 마주보며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웃기 바빴다" 회상했다.

벨트레가 대기타석 발판을 옮기다 퇴장을 당한 장면은 이후 버블헤드 인형으로도 제작됐다. 앙금은 없었다. 데이비스 심판은 "이후 그라운드에서 벨트레와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또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한편 2018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벨트레는 메이저리그에서 21년 동안 2,933경기에 출전해 .286/.339/.480 477홈런 1,707타점 121도루를 기록했다. 통산 4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5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으며 4차례 실버슬러거도 거머쥐었다. 올해 명예의 전당 입후보 자격을 얻은 벨트레는 쿠퍼스타운 입성이 유력한 선수다.(자료사진=아드리안 벨트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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