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의 미래 위해 필요한 3가지는? "재정, 돌봄, 심리 지원"

기고=조다영 2024. 1. 2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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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15. 조다영 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 과장
가족돌봄아동 수연(가명)이 초록우산을 통해 진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가족돌봄아동 수연(가명)이 초록우산을 통해 진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

"미래를 위해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하는데, 집안일에 할머니를 돌보느라 시간이 부족해요. 학원을 가고 싶지만 할머니 병원비로 빠듯한 생활비에 꿈도 꾸지 못해요."

필자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난 고등학생 수연(가명)이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수연이는 몸이 편찮은 할머니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돌봐왔다. 혼자 약국에서 할머니 약을 타오는 것에서부터 요리 등 집안일까지 수연이가 도맡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수연이는 할머니를 돌보는 고단함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가족돌봄 일상으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미래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막막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보호자가 된 수연이 같은 가족돌봄아동은 진로를 탐색해야 할 청소년기를 자신을 위해 보내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가족돌봄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아동의 평균 돌봄기간은 46.1개월이었고, 주당 돌봄시간은 21.6시간에 달했다. 또래 청소년에 비해 가사활동 부담감도 4배 이상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삶이 불만족하다고 느끼거나 우울감을 느낀다는 답변도 각각 2배, 7배 이상 높았다. 또한, 경제적 수준이 하위에 속한 아이들이 절반에 가까웠고, 가족돌봄 부담으로 미래계획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필자는 이런 가족돌봄아동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재정, 돌봄, 심리' 세 가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가장 시급한 생계, 시간, 마음의 문제를 보듬으면서 아이들이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족돌봄의 일상을 사는 아이들에게 장래를 스스로 고민해 보고, 꿈과 기회를 찾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하자는 말이다.

우선, 재정적 지원은 가족돌봄아동에게 생계 부담을 덜고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일회성 지원보다는 각 아동의 상황에 맞는 연속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겠다. 이미 가족돌봄아동의 교육권과 발달권 보장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2~25세 대상 연 3000달러를 주는 '가족돌봄청소년 장학 프로그램(Young Carers bursary program)'을, 스코틀랜드에서는 16~18세에게 연 300파운드를 지급하는 '가족돌봄청소년 보조금(Young Carer Grant)'를 운용하고 있다.

가족돌봄아동 가정에 대한 돌봄 지원은 아동의 부담을 직접 경감한다는 면에서 내밀한 접근이 될 수 있다. 돌봄 지원을 개별 대상자 위주에서 가족 중심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병원 진료, 장보기, 관공서 이용 등 외출 관련 동행 지원이나 가족돌봄아동의 학업 시간 및 휴식 제공을 위한 서비스를 적용한다면 좀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보다 돌봄 대상인 가족 위주의 삶을 사는 아이들을 위한 심리 지원도 필요하겠다. 가족돌봄아동은 가족에 대한 비난, 낙인, 괴롭힘 등을 걱정하고 동정받는 것을 거부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가족돌봄 상황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가족돌봄아동이 또래 관계를 원만하게 형성하면서 학업과 학교생활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할 필요가 있다.

아동임에도 보호자라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아이들. 이 아동들에게는 또래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가 그야말로 실현할 수 없는 꿈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돌봄아동이 가족을 보살피면서도 자신도 챙기고,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하겠다. 재정, 돌봄, 심리 지원을 바탕으로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훗날 웃으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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