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당국, 금융회사 '길들이기' 어디까지

이경남 2024. 1.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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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연구소 보고서 낸 이후 금융당국과 불편?
'징계'권한 막강한 당국…KB에도 영향 끼칠까

최근 KB금융지주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입니다.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어섭니다.

금융당국과 사이가 틀어져 고생했던 다른 금융지주의 선례를 생각하면 KB금융 입장에서는 난감한 입장일 겁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금융회사 '길들이기'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지속해서 나옵니다. 금융회사가 면허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대부분 대형 금융지주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 상장된 주식회사이자 민간 회사인데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입니다.

도마위 오른 KB 보고서…불편한 관계 시작?

금융당국과 KB금융지주 간에 서먹한 사이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발단은 KB금융 산하 KB금융경영연구소에서 내놓은 '은행의 이익 처분 방식과 임직원 보수 관련 비판에 대한 소고'라는 보고서였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이 민간 은행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까지 올라갔습니다. 

KB금융 측은 관련 보고서를 부랴부랴 삭제하기는 했지만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든 것은 분명합니다. 국정감사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보고서를 두고 "무시하고 있다"라고 발언하며 탐탁치 않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부는 올해들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장수CEO'들의 전횡이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회사 최고의사결정 기구에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조용병 전 신한금융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나고 각각 새 CEO를 맞이했죠. 

정부의 정책방향이 어느정도 정리된 이후 KB금융도 CEO 선임 절차에 나섰는데요.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는 못 미치는 방식으로 회장을 선임했다고 판단, 회장 선임절차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큰 파도가 지나간 이후에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KB금융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옵니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신한, 하나, 우리은행을 '상생·협력 우수기관'으로 인증했는데요. 4대 은행 중 KB국민은행만 쏙 빼놓은 겁니다. KB국민은행이 상생금융에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3721억원을 쓰고 있는데도 말이죠. ELS 조사, 징계로 이어질라

최근 몇 년 사이 금융당국이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회사들은 예년보다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회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징계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금융권 최고 자리까지 오를 것으로 여겨졌던 일부 인사들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아 자리에서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K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최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ELS를 전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7조8458억원 어치를 팔았는데,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다수 있었을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관측입니다. 

이 경우 금융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일부 보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임직원에 대한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관치금융 또한 더욱 짙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관치금융은 오랜기간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아왔다고 평가받습니다. 금융권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흑역사'로 평가받는 사건들 역시 관치에서 비롯됐습니다. 론스타 사태, 라임사태 등도 정치권이 금융시스템을 남용한 '관치'의 결과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국민의 자본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당국 모두 관치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 역시 반도체 혹은 여러 서비스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의 하나입니다. 산업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고 관치 대상으로 여겨진다면 금융시스템의 발전도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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