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선언한 디샌티스…후보직 전격 사퇴

공화당 경선 포기…트럼프 “매우 영광”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으로 공화당 대선 경선 참여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이틀 앞두고 그가 하차하면서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를 희망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후보직 사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또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 문제 등에서 자신과 의견이 어긋나기는 했지만 “트럼프는 현직인 조 바이든보다 뛰어나다. 그건 분명하다”고 했다. 또 민주당 쪽이 임기 때는 방해를 일삼더니 이제는 “법률적 전쟁”으로 그를 공격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와 함께 “난 공화당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서약했다”면서도, 경선이 끝나지 않았지만 자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니키 헤일리가 대표하는 코포라티즘(협조주의)의 재탕”을 선택해 “예전의 공화당”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노선이 온건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2년 11월 중간선거 뒤 급부상하며 한때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지지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 보수적이고 배외적인 기조가 강한 그를 ‘리틀 트럼프’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효율적 선거운동을 펼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치자금이 고갈되고, 경선 구도가 강경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온건파 헤일리 전 대사의 대결로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위기를 겪어왔다. 지난 15일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51.0%)에 이어 2위(21.2%)를 차지하며 헤일리 전 대사(19.1%)를 3위로 밀어냈지만 전체적 구도는 마찬가지였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는 23일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사퇴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에 “매우 영광”이라고 반응했다. 그는 “우리 나라 역사상 최악이고 가장 부패한 대통령인 바이든을 이기기 위해 디샌티스와 힘을 합치고 싶다”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이날 뉴햄프셔주 시브룩에서 유세를 한 헤일리 전 대사는 “이제 한 남자와 한 여자만 남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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