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 듣는 세균 감염 3만8천명…5년 새 3배로

임재희 기자 2024. 1.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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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지역 한 병원에서 강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세균인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시알이)'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 시알이 감염이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약이 작동하지 않는 세균 보균자 증가와 감염 관리에 취약한 병원 환경이 발병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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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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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지역 한 병원에서 강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세균인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시알이)’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 시알이 감염이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약이 작동하지 않는 세균 보균자 증가와 감염 관리에 취약한 병원 환경이 발병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21일 보면, 2023년 시알이 감염 인원은 3만8324명으로 전년 3만548명보다 25% 증가했다. 2018년 한해 감염이 확인된 1만1954명에 견줘서는 3.2배 수준이다. 제2급 감염병인 시알이 감염증은 2017년 6월부터 전수감시(발생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보건소 신고토록 의무화) 체계로 전환됐다. 시알이 감염증이란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장내세균속균종에 의한 질환을 의미한다.

항생제는 세균을 제거 및 증식을 억제해 폐렴이나 수술 후 감염 등을 막는다. 그러나 항생제 효능이 듣지 않는 내성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 치료에 쓰이기 시작했는데, 현존하는 가장 강한 항생제 중 하나다. 이런 항생제가 듣지 않는, 즉 내성을 확보한 시알이는 사람의 장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지만 요로 등 다른 부위로 유입되면 요로감염을 비롯해 폐렴, 패혈증 등을 일으킨다. 일상 생활에선 감염 가능성이 작으나 병원 중환자실에 장기입원하거나 면역이 저하된 중증환자 발병이 많다. 시알이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므로 치료에 제약이 있고 이에 따라 중환자들의 사망 위험도 커진다.

감염이 확산하는 건 여전히 병원이 감염병 관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시알이 감염증 환자와의 직·간접 접촉, 오염된 기구·물품 표면 접촉 등으로 세균이 전파된다. 외과적 상처나 대변, 각종 의료장치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시알이 감염이)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국내 의료기관이 환자 간 접촉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다인실 입원, 의료진이나 간병인 1명이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환경에선 전파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항생제 오·남용이 시알이 같은 내성균 증가를 유발한다. 한국은 2021년 기준 항생제 사용량이 인구 1천명당 16.0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1)보다 높다.

질병청은 시알이 감염증 확산에 따라, 요양병원을 포함한 지역 의료기관과 함께 세균 전파 위험 요인을 분석해 대응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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