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특별하고 필요하고 증명했던 '사랑한다고 말해줘'[TF인터뷰]

김샛별 2024. 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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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판권 구매 및 제작부터 직접 연기까지
극 중 차진우로 분해 신현빈과 '멜로 호흡'

배우 정우성이 ENA 월화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튜지오지니, 스튜디오앤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정우성은 정우성이었다. 무려 11년 만에 돌아온 멜로지만 위화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정우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멜로 감성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더 나아가 그가 오래전부터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하고 싶어 했던 이유까지 전달하며 큰 울림을 남겼다.

정우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드라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정우성은 출연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한 뜻깊은 여정을 마쳤다. 작품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우성이 무려 11년 만에, 그것도 클래식 멜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정우성은 "드라마를 일부러 안 하거나 멜로를 외면했던 건 아니었다. 특히 멜로의 경우 내 나이에 맞는 멜로를 찾아가야 했는데 어느 순간 특히 영화에서는 멜로 장르가 흥행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자꾸 제외됐었다. 멜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보니 다른 장르를 계속하게 됐고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고 돌이켰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995년 아시아 전역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일본 TV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사실 정우성은 13년 전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접했고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했다. 때문에 직접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했다.

"사실 13년 전에 만들고 싶었던 드라마였어요. 하지만 제작사와 방송사로부터 3회부터는 목소리를 넣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 '아직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죠. 해치고 싶지 않은 이 작품만의 정서와 메시지가 있었거든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다시 제게 찾아왔죠. 처음 원작 작가에게 허락받을 때도 '정우성이어서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작가의 절대적 조건과 신뢰에 응답하고 싶었어요."

배우 정우성이 '사랑한다고 말해줘' 원작에 끌렸던 이유를 밝혔다. /스튜지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정우성이 공감한 원작의 메시지는 '소통'이였다. 많은 소리를 내뱉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소리'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소통과 이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화두가 울림을 안겼단다.

정우성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원인과 결과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규정하는 방식도 편협해졌다. 빠른 답을 원하는 사회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작품 내 배경과 설정 등 고쳐야 할 부분도 많았다. 일례로 원작은 30대 남성의 이야기이지만, 정우성이 맡은 차진우는 40대 남성으로 등장한다. 사실 원작에 맞춰 다른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까지도 했었다. 그러나 '정우성이 연기하는 차진우'를 바라는 원작 작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정우성은 "내가 연기할 수 있어 기쁘기보다는 부담이 앞섰다. 그만큼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허들이 높아지지 않았나. 정우성의 물리적 나이만큼 차진우의 물리적 나이를 올려야 했다. 그러면서 차진우 나이대가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정우성이 이번 작품을 위해 수어를 배웠다고 밝혔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에 차진우는 '멜로'여서 아름답고 감성적이기만 해야 한다는 개념부터 버렸다. 차진우다운 자연스러움을 보여줘야 시청자에게 보다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정우성은 "메이크업도 최소한으로 하고 헤어도 손을 안 대려고 했다. 내가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과하고 부담스럽게 느낄 것 같았다"고 전했다.

고요한 세상에서 사는 차진우는 수어로 소통한다. 이에 정우성은 이번 작품을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수어 배우기에 나섰다. 가장 직관적인 표현법인 만큼 재밌었던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을 느꼈단다. 정우성은 "수어할 때 손의 위치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뜻으로도 해석된다. 때문에 배울수록 어려운 언어가 '수어'다. 동시에 그만큼 매력적인 세계"라고 밝혔다.

대사가 없는 만큼 정우성은 눈빛과 표정에 신경을 썼다. 특히 정모은을 대할 때와 학생들을 대할 때 표정 사용의 정도를 다르게 해 눈길을 끌었다. 정우성은 "의도한 연출이었다. 모은에게 감정을 전달하고자 표정을 과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피로감이 들 것 같았다. 때문에 모은을 비롯한 사람들을 대할 때나 평소에는 표정을 절제하고자 했다. 반면 학생들과 대화에서는 그들의 감정에 맞춰 표정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정우성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공감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스튜지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작품만의 담백한 감성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안겼다. 이에 정우성은 "호응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특히 드라마가 세상에 나올 만한 충분한 이유에 대해 공감해 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통제돼 있는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일상에서 벗어나 촬영을 진행해요. 반면 드라마가 좋은 점은 주인공을 장면에 던져놓고 일상을 담기 때문이에요. 그런 면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도심 속에 있는 누군가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특히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 젊은 세대에도 그가 왜 '멜로 장인'으로 한 획을 그었었는지를 증명했다. 이에 정우성은 쑥쓰러운 웃음과 함께 만족을 드러냈다. 다만 앞으로 또 다른 멜로 작품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지는 생겼다"고 말을 아꼈다.

"'정우성 얼굴은 국보야'라는 반응이요? 그런 생각은 이제 버려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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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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