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의대 인기과 전공 쏠림의 현시점에서의 생각

함영찬 보니엘피부과 원장 2024. 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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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찬 보니엘피부과 원장

19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가 인턴을 할 때도 성형외과, 피부과,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은 인기가 높아 경쟁률이 높거나 도전을 많이 하는 과였고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등은 인기가 없었다. 전공을 마친 후 일자리나 본인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정도, 경제적인 이유 등이 많았고 기피과는 수련 과정도 힘들고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소송 가능성 등이 다른 과에 비해 높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선택을 잘 받지 못했다.

필자가 외과 레지던트를 할 때 농담조로 우리가 나이 들면 맹장수술(정확히는 급성충수염수술)을 외국인 의사를 수입해서 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했는데 지금도 보면 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소아청소년과 같은 경우는 폐과의 위기까지 몰리게 되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서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를 선발한 결과,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은 정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는 206명 모집에 54명 선발(26.2%), 산부인과는 183명 모집에 116명 선발(63.4%), 응급의학과는 193명 정원에 148명 선발(76.7%) 등이다. 반면 안과·피부과·성형외과·이비인후과 등 인기과들은 전공의 확보율 100%를 기록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제도적인 개선이 현실이 나아지는 쪽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정치인들이 표를 받는 쪽이나 땜질 식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을 보면 더욱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계속적으로 일어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진료 후 사건에 대한 판사님의 냉정하고 가혹한 판결들이 응급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같은 비인기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계속 전공과를 이어가는 의지를 꺾는 일들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하고 낙수 효과를 노린다고 하는데, 의사들도 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가장들이기 때문에 교도소 담벼락을 드나드는 느낌으로 생업을 지속할 수는 없다. 그래서 비인기과는 계속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판사분들도 잘못된 판결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소급해서 감옥에 보내고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정말 되묻고 싶다.

필자도 외과 수련을 해서 외과 전문의를 땄지만, 현실적인 고민을 하다 미용클리닉 대표원장이 되어 의원을 경영하고 있다. 지금도 피부과, 성형외과가 아니더라도 필자처럼 전향하거나 아예 수련을 하지 않거나 인턴십만 하고 미용영역으로 뛰어드는 많은 의사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수련했을 때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거나 힘든 과정에 대한 기피 현상, 수련 후 전문의를 따고 나서 취직이나 개업의 어려움, 리스크 있는 과들의 소송 문제 등이 있고 가장 큰 이유는 수련을 하지 않고 미용 쪽으로 일반의로 뛰어들어도 급여 부분에서 전문의를 땄을 때와 큰 차이가 없어진 점이라고 하겠다. 10년간 미용영역에서 근무를 했지만 몇 년 사이에 페이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어느 직업영역에서든 이런 자본주의 논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낙수효과로 20년 이상 철옹성처럼 바뀌지 않던 의식이 한순간에 바뀔 것이라고는 필자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한 양심에 의지해 비인기 필수의료를 하라고 떠밀기까지는 각종 소송에 의한 비용과 감옥에 갈 수 있는 현실이 너무 차갑기 때문이다. 내 자식이라도 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필수의료과나 비인기과에 다시 지원이 늘게 하려면 비현실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그 과의 진료수가와 현실적인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약을 축소시키고 판결에서 어쩔 수 없었던 경우에도 의사에게 너무 과도한 책임을 지우게 하지 않게 국가에서 보호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그나마 지금처럼 의료 붕괴 수준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절실함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함영찬 보니엘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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