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의 명백한 오판이자 자만, 플랜A 사라질 우려...풀백진 붕괴인데 센터백은 6명

김대식 기자 2024. 1. 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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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포지션 배분 실패는 결국 리스크로 되돌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2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요르단(FIFA 랭킹 87위)과 2-2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2위에 머물렀다.

결과도 결과지만 앞으로의 대회 운영에 있어서 많은 차질을 빚은 경기였다. 여전히 김진수가 돌아오지 못한 풀백 포지션에서 부상자가 2명이나 발생했다. 좌측 풀백 주전 이기제는 경기 후 햄스트링 근육에 이상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1일 "경기 직후 병원에 갔다. MRI 검사 결과 우측 햄스트링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게 확인됐다"고 전했다. 햄스트링 근육에 문제가 있다면 이기제는 최소 16강전까지는 경기를 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김태환도 상태가 썩 좋지 않다. 김태환 역시 경기 후 "종아리가 안 좋은 상태다. 잘 치료하고 준비를 잘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부상은 여기서 경기를 하다 그렇게 됐다.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21일 회복 훈련에서 김태환은 부상 정도가 심각하진 않으나 실내 훈련이 더 낫다고 판단해 훈련장에 나오지 않았다.

대회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던 김진수에 대회 도중 이기제와 김태환까지 몸상태가 나빠지면서 이제 풀백 자리에는 설영우만 남게 됐다. 좌우 풀백이 모두 가능한 설영우이기에 김태환의 상태가 말레이시아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만 회복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자칫 이른 복귀로 부상이 악화돼 더 큰 문제를 초래할까 우려된다.

풀백 포지션에서 부상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최종 명단 선택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아시안컵 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앞두고 최종 명단 인원수를 23인에서 26인을 조정해줬다. 부상 및 추가적인 변수를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최종 명단에 있어서 부상이라는 변수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3명이 늘어난 자리에 포함된 선수는 박진섭(전북 현대), 김지수(브렌트포드), 양현준(셀틱)이었다. 3명의 선수 기량이 출중하지만 포지션적으로 봤을 때는 아쉬운 선택이었다.

이미 한국 국가대표팀에는 출중한 센터백이 4명이나 있었다. 월드 클래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필두로 정승현, 김영권(이상 울산 HD), 김주성(FC서울)까지다. 김민재가 다칠 상황을 대비해 센터백까지 소화가 가능한 박진섭의 추가 발탁은 이해가 되지만 김지수까지 뽑으면서 센터백이 무려 6명이나 됐다.

4백을 사용하는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당 센터백을 2명밖에 투입하지 못하는데 센터백 자리가 과포화된 것이다. 박진섭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분류했다고 해도, 센터백까지 겸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풀백과 스트라이커 자리에는 추가 발탁이 없었다. 풀백진의 나이를 생각했더라면 클린스만 감독은 풀백의 추가 발탁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했다. 김태환은 1989년생, 이기제는 1991년생, 김진수는 1992년생으로 30대 초중반이다. 풀백이 경기장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이 필요한 나이인데 평균 연령대가 제일 높았다.

결국 풀백진에서 부상자가 3명이나 발생하면서 플랜A를 아예 수정하게 생겼다. 대회 도중 플랜A 수정은 최대한 피해야 할 선택지인데도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센터백 1명을 줄이고, 풀백을 추가 발탁했다면 이러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스트라이커 역시 마찬가지다. 조규성과 오현규가 대한민국이 키워야 할 스트라이커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두 선수는 큰 대회 경험이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뿐이다. 황의조가 사생활 문제로 제외되면서 스트라이커진 운영에 대한 리스크도 올라갔다.

그런데도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양현준이었다. 양현준 역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선 키워야 할 선수지만 현재 2선은 과포화다.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 정우영, 문선민에 때에 따라선 홍현석까지도 2선에서 뛸 수 있다. 양현준이 이번 대회에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 당시 "23인에서 3명이 늘어나 26인을 등록한다고 들었을 때 상당히 기쁘고 반가웠다. 코칭스태프와 내부적으로 이야기한 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고 관리 위험과 부상자 변수가 대거 발생한 지금, 대회 동안 거의 기회를 받지 못하게 될 유망주를 추가 발탁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기존 23명으로 대회를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명백한 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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