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토너먼트까지 향하는 ‘옐로 트러블’…요르단전 졸전이 남긴 리스크, ‘카드 세탁’ 실패 [아시안컵]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졸전은 결국 ‘리스크’로 이어진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20일 카타르 도하의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2-2 무승부에 그쳤다.

졸전이었다. 특히 전반전에는 요르단과의 정면 승부에서 압도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의 요르단은 23위 한국보다 순위가 훨씬 낮지만 약팀이 흔히 쓰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하지 않았다. 패스를 통해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은 상대 압박에 고전하며 공을 쉽게 빼앗겼고, 허술한 수비로 2골을 허용했다. 후반전에는 한국이 주도권에서 앞섰지만 효율은 떨어졌다. 결국 필드골을 하나도 넣지 못한 채로 승점 1을 얻는 데 그쳤다.

비겼지만 진 것 같은 요르단전. 가장 큰 아쉬움은 ‘옐로 트러블’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 1차전 바레인전에서 주전 5명이 경고를 받았다. 수비의 핵심 김민재와 주장 손흥민에 박용우, 이기제, 조규성까지 모두 옐로카드를 한 장씩 안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요르단전을 수월하게 운영해 앞서가면서 핵심 선수들이 옐로 카드를 한 장씩 더 받아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 결장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고 두 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2패를 떠안았고 E조 최하위라 비주전급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요르단전은 ‘카드 세탁’으로 짐 하나를 덜 가장 확실한 시점이었다.

카드 세탁은 일각에서 비판받는 행동이기도 하지만,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자주 나오는 일종의 ‘작전’이다.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여지는 있지만, 성적이 가장 중요한 대회에서는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꺼낼 카드다. 고의성만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징계하기도 애매한 이슈다.

한국도 자연스럽게 요르단전을 통해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였는데 흐름상 카드 세탁을 생각할 여유조차 얻지 못했다. 치열한 접전 속 눈앞의 승부가 중요한 탓에 오직 결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황인범, 오현규까지 옐로 카드를 받아 ‘트러블 리스트’는 7명으로 늘어났다. 요르단전 졸전이 남긴 상처다.

이제 카드 부담이 더 커진다.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고를 한 장 더 받으면 5명은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르면 상대는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2위에 자리할 경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하다. 두 팀 모두 아시아의 강호다. 당장 맞대결을 벌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100%를 다하지 않으면 조기 탈락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 등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면 엄청난 전력 누수가 예상된다.

조별리그, 토너먼트에서 받은 경고는 8강 이후 소멸한다. 말레이시아전을 무사히 넘겨도 16강전에서 옐로 카드를 받을 경우 8강전에는 출전이 불가능하다. 8강전에서는 카드를 받아도 영향이 없지만, 그전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김민재도 “경고가 신경은 쓰였는데 받을 상황은 아니었다. 다음 경기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조심해서 플레이했다. 필요한 경합은 해야겠지만 최대한 관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