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반지 세리머니 보기 싫어서” 히딩크 박항서 밝힌 월드컵 비화(뭉찬3)[어제TV]

서유나 2024. 1. 2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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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뭉쳐야 찬다 3’ 캡처
JTBC ‘뭉쳐야 찬다 3’ 캡처
JTBC ‘뭉쳐야 찬다 3’ 캡처

[뉴스엔 서유나 기자]

안정환도 몰랐던 2002 한일월드컵의 비화가 히딩크, 박항서에 의해 공개됐다.

1월 21일 방송된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3'(이하 '뭉찬3') 15회에서는 20여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히딩크, 박항서, 안정환, 김남일이 2002 한일월드컵 비하인드로 이야기를 꽃피웠다.

이날 2002 한일월드컵의 '리얼 스토리'를 얘기해 주겠다고 나선 히딩크는 "내가 봤을 때 안정환은 큰 재능이 있다. 훌륭한 스킬과 큰 재능. (하지만) 재능에 비해 이만큼밖에 안 만들어져 있었고 내가 보기엔 더 성장할 수 있어 보였다. 그래서 훈련 시작 후 몇 달간 안정환을 자극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히딩크의 안정환 길들이기'로 명명된 유명한 일화. 히딩크는 안정환이 그 당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했고, 안정환은 "감독님이 저를 (길들였다는 것을) 무조건 느꼈다. 알고 있었는데 선수는 감독을 이길 수가 없다. 제가 받아들인 거다. 내가 부족한 걸 확실히 짚어 주셔서 '하면 올라갈 수 있겠구나'하고 감독님에게 맞춰 갔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박항서도 그때의 기억이 또렷했다. 박항서는 "히딩크 감독님이 '정환이가 공격적인 재능은 아주 세계적인 선수인데 공격수로서 기본적인 수비 임무를 소홀히 한다. 그 소홀히 하는 부분은 누군가 대체해줘야 한다'고 했다"며 "그래서 제가 '한국 공격수들은 수비를 잘 안 한다. 특히 안정환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잘 안 했다'고 했다"고 폭로해 안정환을 당황시켰다.

박항서의 다음 폭로 상대는 김남일이었다. 박항서가 "남일이도 2002년 좋은 활약을 했지만 어려운 시기였다. 남일이가 사실 (2001년) 체코 평가전에서 5 대 0으로 졌었다"고 말 꺼내자마자 김남일은 급격하게 당겨오는 뒷목을 잡으며 PTSD를 호소했다. 당시 김남일은 상대팀에 백패스를 하는 결정적 실수로 팀에 실점을 안겼다.

박항서는 "그때 감독님이 '오대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말했고, 히딩크는 딱히 통역 없이도 손동작으로 '5'와 '0'을 만들며 자신의 '오대영' 별명을 알고 있음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박항서는 "남일이가 그 체코전에 자책골을 넣었다"는 말로 다시 한번 김남일이 뒷목을 잡게 했지만 곧 훈훈한 얘기로 반전을 안겼다. "그날 저녁에 와인을 한잔하며 감독님에게 '신문 기사에서 남일이 평가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고 했더니 (히딩크가) '신문기사 난 것 말고 네 생각을 이야기해보라. 그만한 정신력과 체력의 선수가 우리 팀에 남일 말고 또 누가 있냐'고 하셨다"는 것.

박항서는 "그런 시각에서 보면 남일이가 맞는 거다. 감독님은 각 선수들의 특징과 팀에 필요한 자원에 맞게 선수 포지션을 뽑는다. 그때 느꼈다. 남일이는 한 60%는 감독님 속에 있구나. 그래서 남일이에게도 약간 힌트를 줬다. 감독님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잘하라고. 사실 남일이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히딩크가 당시 국가대표팀에게 강조한 철학으로는 '선후배 간의 벽을 없앨 것'도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선후배, 나이를 떠나 서로 이름을 부르게 했다고.

박항서는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팀의 선후배질서가 너무 보기 좋지만 경기장에선 경직된 분위기 탓에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을 거라며 '이걸 해결할 수 없냐'고 하셨다. 주장이었던 홍명보에게 (호칭 정리를) 얘기했고, 명보가 선수들에게 말 편하게 하자고 했는데 (바로) 할 수가 없잖나. 갑자기 박지성이 명보에게 '명보야'라고 할 수 없으니까. 그때 이천수가 '명보야'라고 해서 명보가 '운동장에서만 하자'고 정리했다"고 에피소드를 풀었다.

또다른 비하인드들도 대방출됐다.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당시 안정환이 PK 실축하고도 교체를 하지 않았던 히딩크. 그는 "그때 왜 교체를 안 했냐고 하더라. 그 당시에는 실수하면 처벌하는 것이 시스템에 녹아 있었는데 실수는 실수일 뿐 큰 문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안정환은 본인 커리어에서 가장 찬란한 골을 넣었다"며 신뢰의 마음을 드러냈다.

박항서는 이때 "저도 그때 끝까지 안 바꾸는 걸 이해 못 했다"고 고백, 안정환이 해낼 거라는 믿음이 확실히 있었냐고 물었다. 히딩크는 "물론"이라며 "젊은 선수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한국은 실수를 다소 과하게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건 어리석은 생각. 승부욕 있는 선수들의 열정을 알기에 함부로 교체했다간 마음이 다칠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실수했다고) 교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정환은 "그때 만약 히딩크 감독님이 저를 뺏다면, 그래서 그 경기에서 졌다면 당시 분위기라면 대한민국에서 살지 못했을 거다. 한국에서 죄인이 돼서 외국에 이민 가서 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면서 "지금도 가장 감사한 일은 저를 길들인 거 말고 저를 끝까지 신뢰하게 뛰게 해준 거다. 감독님 철학이잖나. 그 철학 속에 제가 들어가서 끝까지 뛸 수 있어서 그게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히딩크는 "(이민 가야했다면) 나랑 같이 암스테르담에 오면 된다"고 너스레 떨어 안정환이 심쿵하게 만들었다.

그가운데 박항서는 폴란드전 첫 골의 주인공 황선홍이 자신에게 달려와 포옹 세리머니를 한 것을 놓고 안정환이 "(박항서가) 오라고 그랬다더라"고 하자 사실 그 뒤에는 안정환 탓이 있음을 털어놓았다.

박항서는 "선홍이가 (세리머니를 하고) 다음 미국전 선발로 안 나와서 기사에 '박항서한테 먼저 안겨서 선발 제외'라고 났다. 내가 얼마나 미안하냐. 감독님에게 가서 상황 설명을 하니까 감독님이 '노 프라블럼'이라고 했다"고 먼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 이유는 안정환이 제주에서 반지 세리머니인가, 처음에 이상한 걸 해서 그게 시발점이다. 내가 황선홍한테 골 넣으면 나한테 (세리머니를) 하라고 한 게 아니라 안정환처럼 반지 세리머니를 하지 말고 벤치에다가 세리머니를 하라고 한 거다. 그때 스코틀랜드 때였나. (안정환이) 와이프가 와있으니까 골 넣고 아내한테 세리머니를 한 거다. 이상한 걸 막 하니까 내가 그게 보기 싫었다"고 고백해 안정환이 충격받게 했다. 안정환이 "아내한테 하는 게 보기 싫냐"며 어이없어 하는 가운데 박항서는 "나한테 (세리머니를) 하라고 했겠냐"고 재차 토로해 폭소를 유발했다.

한편 이날 히딩크와 박항서가 감독과 코치로, 안정환과 김남일이 선수로 뛰는 'Again 2002' 경기가 펼쳐졌다. 그 상대는 7부 리그의 강팀. 은퇴 후 뛰는 것도 어려운 녹슨 몸이지만 히딩크와 박항서가 어르고 달랜 끝에 경기에 투입된 안정환은 필드를 데굴 구르는 모습으로 히딩크와 박항서에게 웃음을 안겼다. 안정환은 비록 체력은 부족해도 최소한의 몸으로 막강한 효율을 자랑하는 전직 국가대표의 실력을 뽐냈다.

또 경기 종료 3분 전 김남일이 올려준 공은 김현우의 발끝에 의해 역전골이 됐고 이에 히딩크는 2024년 버전 어퍼컷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경기는 최종적으로 2 대 1 승리로 끝났다. 히딩크는 "오늘 경기 너무 잘했다. 그리고 두 명의 교체 선수들(안정환, 김남일)이 같이 경기에 임해서 경기를 잘 이끌어갔다. 고맙다.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하며 두 제자 안정환과 김남일을 MOM으로 꼽아 뭉클함을 자아냈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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