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외계+인'에 청춘 바친 최동훈 "신인감독 된 느낌"
최동훈 감독이 '18, 150, 52'로 완성한 '외계+인' 2부
1부와 2부 합쳐 공식적으로는 387일의 프로덕션, 비공식적으로는 6년. 1년 6개월간의 후반 작업 동안 2부를 본 횟수만 150차례. 여기에 52개의 편집본을 거쳐 드디어 세상 빛을 본 결과물. 그게 바로 '외계+인' 2부다.
'외계+인' 1부 이후 최동훈 감독은 힘든 시간을 겪었다. 하지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의 반응이 2부 후반 작업을 일 년 반 동안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결국 '관객'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거다. 그 과정에서 영화에 대한 사랑도, 영화 연출에 대한 깨달음도 깊어졌다. '외계+인' 프로젝트가 '감독 최동훈'을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힘이 된 셈이다.
1부를 거쳐 2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암살'(2015)을 거쳐 '외계+인' 1부(2022)에 도달하기까지 흘러온 우여곡절의 시간을 그는 "멋지다"고 요약했다. 그렇기에 '외계+인' 2부와 2부 이후 최 감독이 걸어갈 길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감독은 '외계+인' 2부에 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냈다.
18, 150, 52
'외계+인' 2부는 전편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세계관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훨씬 속도감 있고 리듬감 넘치게 진행된다. 또한 1부에서 뿌려놓은 '떡밥'을 모두 회수하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반전을 꾀하는 등 다양한 재미를 갖췄다.
1부의 흥행 부진은 최동훈 감독을 말 그대로 '와신상담'하게 했다. 최 감독은 "이게 영화 감독의 운명이구나, 숙명 같은 거구나 싶었다. 극장에서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영화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될까 고민했다"며 "나는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데, 영화를 한다는 게 이렇게 우여곡절이 있고, 그래서 멋진 거구나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극장을 나서고도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금 기억될 수 있는 영화, 2부를 그런 영화로 만들고자 1년 6개월 동안 150번 넘게 봤고, 52번의 편집본을 만들었다. 개봉한 건 바로 이 '52번째' 버전이다.
18개월이란 시간은 VFX(시각특수효과)가 진일보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2부는 1부보다 VFX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자신이 시나리오에 '기괴한'이라고 설명해 놓은 외계인 디자인을 보강하기로 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괴물을 디자인한 장희철 디자이너에게 외계인 콘셉트 디자인을 맡기고, 우주선은 봉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설국열차'에서 열차를 디자인한 조민수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CG는 '외계+인' 프로젝트를 함께한 덱스터스튜디오 제갈승 슈퍼바이저에게 부탁했다. 그 결과 언론배급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배우들 역시 변화한 CG에 놀라워했다.
그는 "1부는 이야기가 천천히 나가다가 확 펼쳐진다. 새로운 사건이 생기고, 새로운 인물이 나오고, 그러다가 일순간 모이며 끝난다. 2부는 그 반대의 구조다. 펼쳐진 게 깔때기로 쑥 들어가며 끝난다"며 "1부가 세계관을 보여주는 매혹의 영화였다면, 2부는 모든 스토리가 하나로 모이는 몰입에 관한 영화다. 그렇기에 2부는 1부에서 보여준 세계가 마치 '진짜'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는 액션을 만들고, 배우는 대사를 완성한다
'외계+인'의 화려한 볼거리는 VFX만이 아니다. 무협 액션, SF 액션, 현대 액션 등 장르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 역시 영화의 자랑거리다. 최 감독은 액션 콘셉트를 잡을 때 무엇보다도 각 캐릭터의 설정과 특성을 우선으로 했다.
"이안(김태리)은 임무가 크고 그걸 남에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고독한 캐릭터예요. 그래서 이안의 액션은 다 생존에 관한 거죠. 그런데 (김)태리씨는 나이가 얼마 안 된 청춘인데, 짊어져야 할 짐이 크지 않겠냐고 해서 첫 번째 액션은 가벼운 액션으로 출발했어요."
그렇게 이안의 첫 액션이 등장하는 주막 액션은 경쾌한 톤으로 만들었다. 최 감독은 이후 영화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이 나무꾼을 만나는 지점에서 다시 한번 액션 콘셉트에 변화를 줬다. 이때부터 리듬감을 잘 조율해야 했다. 그래서 모든 인물이 '벽란정'으로 모인다.
"초반에는 벽란정에서 대규모 액션 신을 할까 생각했어요. 콘티 작가가 30명 규모의 액션을 해야 할 거 같다고 했는데, 제가 아무 액션도 하지 말고 공포영화처럼 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오히려 액션을 최소화하는 거죠. 이건 뭔가가 드러나고 파악하는 신이니까요. 그래서 벽란정은 당초 시나리오보다 긴 호흡을 갖고 펼쳐져요."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서는 액션도 액션이지만 특유의 말맛과 빠른 대사 처리 역시 빠질 수 없다. 최 감독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난 대사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들이 대사 잘 쓴다고 한다"며 그건 모두 '배우'의 공이라고 했다.
"'범죄의 재구성' 때도 시나리오를 왜 이렇게 못 쓰냐고 했었어요. (웃음) 대사도 별로라고 했는데, 배우가 대사를 하는 순간 그 대사가 멋있게 돼요. '외계+인' 역시 무륵(류준열)이나 우왕좌왕,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등이 모두 제 생각보다 대사를 더 잘해줬어요."
최 감독은 "캐릭터의 개인적인 면들은 촬영하며 배우와 협업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장면이 자신 안에 무언가 있음을 자각한 무륵에게 이안이 담담하게 위로를 건네는 장면이라고 했다.
"가끔 감독도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찍어봐야 아는 게 있어요. 그 장면 찍을 때 분위기가 너무 슬프거나 침울하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그 신은 하루 내내 찍었죠. '나는 이 정도밖에 이야기해 줄 게 없으니 둘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두 사람이 잘 만들어줬어요. 그런 장면을 찍을 때 되게 즐거운 거 같아요."
최동훈 감독의 깨달음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외계+인'으로 최 감독은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걸 이뤘다. 바로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공인 인물들이 각각의 엔딩을 맞는 것이다. '외계+인'을 통해 얻은 성취 또한 상당하다.
그는 "'외계+인'은 SF이자 판타지고 어떨 때는 코미디와 호러를 차용했다. 그런데 혼합 장르 영화를 찍으면서도 결국은 '사람'을 찍는 것이라는 걸 점점 깨닫게 됐다"며 "예전에 영화는 멋진 신을 찍는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이젠 어떤 한 인간 유형을 찍는 거란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우왕과 좌왕이 나무꾼이란 존재를 만난 순간이 '외계+인' 2부의 변곡점이었듯이 최동훈 감독의 새로운 변곡점은 '외계+인' 프로젝트였다. '외계+인' 1부가 나오기까지 6년을 쏟아부었고, 그는 "라스트 청춘을 이 영화에 바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최 감독은 '암살'을 찍고 난 후 번아웃(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이 왔었다고 고백했다. 하고 싶은 걸 해냈다는 생각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지치게 된 거다. 그러나 '암살' 이후 6년간 파고든 '외계+인'이 번아웃에서 벗어나게 도왔다. 또한 영화를 향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최 감독은 "이게 진짜 꼰대 같다"면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견디기 어려운 거였다. 결과는 내가 책임질 수 없지만, 과정은 내가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 진짜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하면서 신인 감독이 된 느낌이 든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며 웃었다.
"재밌는 이야기인데, '재기'(능력이나 힘 따위를 모아서 실패나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것)랑 '또 잘해야지'랑 거의 비슷해요. 어차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다른 방도가 없다는 걸 깨달았던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제야 진정으로 영화를 즐기면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6년 대장정 '외계+인' 프로젝트에 도전한 사람들 <하> 프로듀서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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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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