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청사진으로 미래를 건설하며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4'가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터닝 포인트: 5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는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에 중점을 두고 최초의 아프리카계 큐레이터인 레슬리 로코가 기획한 메인 전시가 열렸다.
아프리카를 위한 새로운 건축물을 찾기 위해 전통과 현대의 대화를 모색하다.
나는 부르키나파소라는 작은 나라에서 온 건축가가다. 부르키나파소 국가는 그 국민들 보다 훨씬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륙에 살고 있으며 새 건물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집, 사무실, 학교, 병원을 서방이 짓는 방식대로 짓는다면 지구는 불에 타버리고 말 것이다.
문화가 존재해온 한 우리 민족은 흙, 나무, 바위 등 단순한 재료로 집을 지어왔다. 우리의 건축 방식은 자연환경에 의존하며, 땅에서 파고 숲에서 채취한 재료를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이같은 우리의 건축 방법은 젊은 세대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하지만 이젠 이같은 건축 방식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것은 확장성이 떨어진다. 아프리카의 인구는 급증하고 있고, 도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마을은 도시로, 도시는 거대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이 식민지였을 때 도입된 건축 방식에 의존해 왔다. 콘크리트는 현대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점토는 가난한 사람들의 재료로 무시당했다. 이러한 현대식 건물은 일반적으로 유리가 많아 햇빛이 실내를 가열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에너지 집약적 냉난방 시스템으로 보완을 해야 하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를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건축가가 됐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목수 훈련을 받고 독일로 건너가 석공 기술을 공부했다. 사람들에게 건물을 짓고 싶다고 말했지만 독일 친구들은 "그건 안 돼!"라고 말했다.
먼저 대학에 가야 했다. 독일 건축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2000년부터 고향인 간도에 흙으로 초등학교 건물을 짓기로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를 지역사회에 제안했을 때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점토는 비를 견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다. 마을 전체가 벽돌을 쌓는 것을 도왔다.
올바른 맥락에서의 현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적용되는 적합한 건축 방식도 필요하다. 서아프리카의 수단-사헬 건축은 열을 잘 흡수하는 점토의 특성을 활용하여 외부가 구부러진 두꺼운 벽으로 햇빛 노출을 줄이고 창문은 아주 작게 만든다.
이에 관리만 잘하면 점토로 만들어진 건축물은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현명한 건축 방법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를 활용하는 것이며 때로는 현장에서 직접 자재를 제작할 수도 있다.
첫 프로젝트부터 지금까지 나는 건축 과정 자체가 지속 가능한 건물을 만드는 요소라는 것을 경험했다.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표준화된 서구식 접근 방식을 채택하는 대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사용하고 실제 작업에도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좋은 의도로 지은 건물이 주인 의식이 없이 지어져 말 그대로 무너지는 것을 봤다. 간도의 초등학교에 매일 수백 명의 아이들이 등교할 수 있는 것은 이 학교를 짓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이었던 덕분이다.
토속적인 기술과 현대적인 기술은 함께 융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건설 중인 베냉의 국회의사당 건물은 콘크리트로 만든 주요 구조물이다. 이는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회의를 위해 모이는 방식에서 착안한 것으로, 본회의장엔 나무처럼 높은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아트리움은 건물 내부에 정원이 있는 미기후를 조성하여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여줄 수 있다.
우리의 문제는 지금 여기에 있으며, 우리의 지형과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다. 새로운 아프리카 건축을 찾는 이 여정에는 지름길이 없다. 내가 건축가가 되기 위한 지름길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건축학 학위를 받은 후 20년 동안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나의 스튜디오에 연락해 점토로 건축하는 방법과 패시브 쿨링 공법(기계 장치 없이 열을 분산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 방법을 묻는다.
나는 독일 뮌헨 공과대학교, 스위스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 미국 예일 건축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젠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흙으로 집을 설계해 달라고 요청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5월, 전 세계 건축계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레슬리 로코가 기획한 2023년 전시회의 초점은 아프리카였다.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 또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출신이었다.
나는 서아프리카 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작은 파빌리온으로 전시회에 참여했다. 해당 건축물의 일부 벽에 서아프리카 문화와 관련된 표지판, 단어, 문장을 그려서 디자인에 대한 맥락을 제공했다.
그 핵심 내용은, 우리의 역사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중단됐다고 해서 우리의 미래도 중단돼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 프란시스 케레. 아프리카의 건축가다. 아프리카라는 지역성에 맞는 재료 선택과 더불어 공동체가 건축물을 보수,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끌어냈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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