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펀드매니저와 똑같은 규제 받았지만... 변동 장세에서 두달간 20% 수익 낸 대학생, 비결은
헤지펀드 명가(名家)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동안 ‘로드 투 펀드매니저(Road to Fund Manager)’란 이름의 투자대회를 열었다. 미래의 펀드매니저를 발굴한다는 대회 취지에 맞춰 타임폴리오는 대회 운영 규정을 까다롭게 설정했다. 개별 종목의 포트폴리오 편입 한도를 15% 이내로 제한했고, 수익률 왜곡을 막고자 시가총액 1조원 미만 종목의 합산 비중도 4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대회 기간 투자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11월 초에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국내외 119개 대학에서 참가한 451명의 대학생은 어수선한 시장 환경 속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타임폴리오는 수익률과 운용능력 측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대학생 7명을 추려 지난달 20일 시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상장, 채용 연계형 인턴 혜택을 줬다.
조선비즈는 이 능력 있고 의욕 넘치는 펀드매니저 꿈나무들이 어떤 투자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타임폴리오 본사에서 수상자 7명 중 6명과 다시 만났다. 수익률(18.15%)과 운용능력평가(A+) 모두 최고 성적을 거둔 조근원 군(성균관대)을 비롯해 정영빈 군(부경대), 성민혁 군(성균관대), 김상혁 군(성균관대), 우신욱 군(한국외대), 오효근 군(성균관대)이 인터뷰에 응했다.
예상대로 학생들은 미래 자본시장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성균관대 소속인 성민혁·김상혁 군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느껴 금융공학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사회·역사·지리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는 정연빈 군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닮고 싶어 투자대회 활동명을 ‘워런 버핏 주니어’로 삼았다.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에 집중하는 오효근 군은 매일 언론 기사와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서 시장 흐름을 파악한다. 조근원 군은 실패한 매매를 반드시 복기하면서 시장 주도 업종을 찾고자 애쓴다. 우신욱 군은 고등학생 때 용접 부문 기능경기대회 올림픽을 준비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3살 때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다음은 수상자 6명과 일문일답.
─타임폴리오 투자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오효근 “이번이 첫 번째 투자대회 참가였다. 펀드매니저가 실제 운용하는 환경과 비슷한 대회에 나가보고 싶었다. 현재 활동 중인 투자 동아리에서 반도체 섹터가 오를 것으로 내 나름의 전망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정연빈 “평소 투자대회에 관심이 많다. 키움 모의투자대회, 밸류아이투자자문 모의투자대회, 한국증권인재개발원 모의투자대회, DB GAPS 모의투자대회에 나간 경험이 있다. 이 중 두 곳에서 4등으로 입상했다. 좀 더 좋은 성적을 얻고 싶어 타임폴리오 투자대회에도 도전했다.”
김상혁 “민혁이와 함께 활동하는 동아리 멘토링에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선배가 온 적 있다. 그때 선배가 이 대회를 추천했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대회 당시 위기 순간이 있었나.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우신욱 “직접 분석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확인한 후 들어간 두 종목이 대회 내내 나를 괴롭혔다. 엘오티베큠과 유한양행이었는데, 포기하지 못하고 들고 있다가 결국 기준가 대비 10% 이상 손실을 보고 매도했다. 시장 흐름을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 해시태그 장세에 맞춰 투자법을 바꿨다. 쉽게 말하면 ‘종목이 한꺼번에 뜨는 게 아니라 가는 종목만 간다’는 것이다. 나중에 ISC와 이수페타시스를 샀는데, 그걸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조근원 “지난해 공매도 발표일(11월 6일)이 내겐 가장 큰 위기였다. 이차전지 종목을 담아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다른 참가자들의 수익률이 눈에 띄게 오르면서 순위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급하게 이차전지를 매수하진 않았다. 대신에 시장보다 강한 업종·종목에 집중하고, 평소보다 빠르게 이익 실현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다시 끌어올렸다.”
오효근 “작년 10월 말엔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장이었다. 그때 일명 ‘물타기’로 매매 전략을 취했는데, 시장이 더 크게 하락하면서 손실을 많이 봤다. 나 자신이 의심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반도체 종목의 추가적인 하락은 없을 것으로 판단해 계속 들고 있었다. 다행히 추후 반등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인데, 처음 산 주식이 기억나는지.
조근원 “가치투자 관점에서 2018년에 네오위즈를 처음 매수했다. 당시 이 회사는 현금이 많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게임도 잘 만들었다.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신욱 “13살 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2008년 키코(KIKO·환율 관련 파생 상품) 사태 때 많이 힘드셨는데, 어린 마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당시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와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키라 덕분에 주식을 시작했고, 피터 린치의 ‘주변에 보이는 것을 투자하라’는 전략에 맞춰 당시 살던 아파트 건설사인 성원건설을 처음 샀다. 그런데 매수한 지 1년이 채 안 돼 상장 폐지되더라. 그때부터 재무제표를 공부하며 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김상혁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주식에 관심이 생겼다. 카카오가 첫 주식이었는데, 2021년 액면분할하기 몇 주 전에 100만원 정도 넣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뉴스 몇 개 보고 산 게 전부였다. 운 좋게도 2~3개월 만에 60~70% 수익을 보고 팔았다. 일부는 저축하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알차게 썼다. 투자에 재미를 느껴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를 하게 됐다.”
정연빈 “팬데믹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2020년 3월에 처음 주식을 샀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라는 미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공군에 복무하면서 사무실에 비치된 항공 관련 잡지를 읽을 기회가 많았는데, GE가 항공산업에서 괜찮은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또 코로나19 여파에 주가가 절반가량 떨어진 상황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물러가면 사람들이 다시 여객기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펀드매니저의 삶도 꿈꾸고 있나.
김상혁 “펀드매니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펀드매니저는 거시경제, 금융, 산업 동향, 개별 기업 실적 등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한다. 정체되지 않고 세상과 함께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일종의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성민혁 “세상 흐름을 읽는 능력을 갖춘 펀드매니저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만의 투자 포인트로 가시적인 성과 지표를 쌓으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직업이라는 점도 끌리는 부분이다.”
우신욱 “자본시장에 계속 남아 언젠가 투자일임회사를 직접 세우고 싶다. 금융권은 다른 업종보다 자유가 보장되고 재밌다. 내가 들인 노력을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또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신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따르고자 하는 투자 철학이나 스스로 세운 투자 원칙이 있다면.
조근원 “실패한 매매를 복기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돈을 잃었는지 분석하고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단 건의 매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해당 논리로 무수히 반복해 투자했을 때 어떨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항상 주도 업종·종목을 찾고자 노력한다. 스스로 설정한 투자 원칙으로는 돌파할 때 사지 않고 눌릴 때 산다, 베이스 깨면 바로 손절한다, 시장보다 강한 업종·종목을 선호하라 등이 있다.
성민혁 “하루 루틴이 일어나서 뉴스 보고 자기 전에 뉴스 보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면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전문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본다. 보면서 ‘이 종목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를 깊게 생각한다.”
오효근 “언론 기사와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서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어떤 기업이 수익을 냈는지도 본다. 과거 실적과 주가 흐름이 어땠는지, 미래 실적이 어떨지 밸류에이션 논리를 적용해 직접 투자를 해본다. 부수적으로는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신체 컨디션이 안정적이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투자 외에 평소 즐기는 취미가 있나.
정연빈 “어릴 적부터 다큐멘터리 시청을 즐겼다. 특히 사회·역사·지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운동은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고, 사우나도 즐긴다.”
김상혁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요즘 치는 곳은 ‘슈미트의 올오브미’. 팔뚝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있어서 재밌다.”
─2024년 한국 주식시장 흐름을 나름의 시각과 근거를 토대로 전망해달라.
오효근 “연간으로는 긍정적일 것이다. 반도체 섹터를 좋게 본다. 수요 쪽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공급 쪽에서 메모리 판매가 늘 것이다. 메모리는 변동성이 커서 낮은 멀티플(기업가치배수)을 받았는데, 이게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공급 단에서 D램 가격이 올라가면서 전체적으로도 좋은 시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성민혁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이건 아직 실현되지 않은 호재다. 중간에 어떤 리스크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전쟁 등 지정학 이슈와 선거 등 정치 이슈도 많은 해라 신중한 분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 작년처럼 쏠림 현상이 종종 나타날 듯하다. 반도체 쪽으로 몰리지 않을까 싶다.”
조근원 “2024년 한국 시장은 전혀 예상이 안 된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예상하는 어떤 흐름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흐름과 상반되는 이슈가 갑자기 터졌을 때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두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물가지수가 튀면 시장은 혼란을 느낄 것이다. 이럴 때 잘 대응해야 한다.”
─현재의 한국 자본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느껴지는가.
우신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미공개 정보 덕을 본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기 힘들다. IT 버블이 걷히고 난 뒤 코스닥 시장은 제자리걸음이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 행위도 종종 보도된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박스권 움직임도 해소되지 않는다고 본다.”
성민혁 “미국 시장과 비교할 때 국내 주식시장에선 기업 오너 이슈가 많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편은 아닌 듯하다. 매크로나 정치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쏠림 현상이 잦다. 정보의 신뢰성 부분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정연빈 “워런 버핏이 한국에 왔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분명 저평가 상태인 것 같다. 배당, 지배구조, 노동시장 경직성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 언젠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에서 본다면, 한국 주식시장이야말로 기회의 땅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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