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회피술…윤, 기자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 단독 인터뷰 검토

김미나 기자 2024. 1. 22. 0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함정 취재”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친윤석열계 의원들 또한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각종 새해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반대’ 의견이 60% 후반을 기록하는 등 민심이 ‘김 여사 리스크 해소’ 쪽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 또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대통령실이 귀를 닫은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21일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 “함정을 파서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계획하에 진행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여당 일각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의 직접 사과나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 가능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1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재미 교포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영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가 김 여사 관련 영상을 공개한 뒤 50여일이 지나 나온 대통령실의 첫 답변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실관계를 말하고 사과해야 한다”(김경율 비대위원), “직접 사과하는 것이 깔끔하다”(하태경 의원) 등 당내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응 촉구 메시지를 반박한 것이다. ‘악의적 함정 취재에 넘어갔으니 잘못이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태도다.

또한 김 여사가 관저가 마련되기 전 주거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무실에서 사적으로 전달받은 ‘크리스찬 디올’(크리스티앙 디오르) 가방을 공적인 선물로 규정하고 국가에 귀속시키겠다는 논리도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

대통령실은 여당에서 ‘김 여사 리스크’를 언급하는 것 자체에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여권 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조율이 됐어야 한다”고 했다. 친윤계 핵심들도 같은 기류다. 한 친윤계 의원은 “잘못을 한 게 없는데도, (김 여사가) 사과하면 온갖 좌파 언론들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처벌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에 한 보수 유튜버의 주장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해서 범죄가 기정사실화되고 탄핵까지 당한 것”이라며 “사과와 용서, 관용은 정상적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하는 것이며, 좌파들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FL(퍼스트레이디)이 사과하면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올라가냐. 사과를 하든 안 하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으며 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들처럼 물어뜯을 것”이라는 보수 유튜버의 주장을 공유했다. 초선 최춘식 의원도 텔레그램 단체방에 “불법촬영”이라고 주장하면서 “누가 이들(서울의 소리) 배후에 있는 것일까”라고 적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윤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조율을 통해 민감한 질문 자체를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임기 100일 기자회견 뒤 17개월 넘게 기자회견을 한 적 없다. 지난해에도 새해 기자회견을 대신해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여권 내 균열로 비치는 모습이 여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정치학)는 “정부 심판론의 상당한 부분을 해당 이슈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털고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만으로 중도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