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참가한 세계스키연맹 위원장이 韓예보관에 선물 건넨 이유
韓기상청 예보관 23명 파견돼 날씨 정보 생산
“눈보라 친다” 스키점프 전경기 1시간 당겨
“정확한 예보 고맙다” 심판진 함박웃음
19일 오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에 마련된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스키점프 본부. 심판진(jury) 미팅에 참여한 원효성 예보관이 “20일 오후부터 큰 눈구름대가 강원도 일대에 밀려오며 강한 눈보라가 예상된다”면서 “경기 시간을 되도록 당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심판진은 회의를 거쳐 20일 예정된 스키점프 전 경기를 1시간씩 당겼다. 이날 오후 각국 팀 미팅에서 이런 내용이 통보됐다.
이튿날인 20일 오후 스키점프 남자부 경기가 끝나자 기상청 예보대로 폭설이 내리고 거친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스키점프 종목 책임자인 베르니 세계스키연맹(FIS) 위원장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원 예보관을 불러 “정확한 날씨 분석 덕에 시합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면서 스위스에서 직접 챙겨온 목도리를 선물했다. 원 예보관은 “우리 예보를 믿고 일정을 당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창밖을 봐라. 눈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말해 함께 자리에 있던 심판진들 모두 웃음이 터졌다.
야외 설상(雪上) 경기가 많은 동계올림픽에선 날씨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개최국에선 자국 기상청 예보관들을 현장에 파견해 각 경기장에 대한 맞춤 예보를 내놓는다. 19일 강원도에서 개막한 동계청소년올림픽에도 우리 기상청 예보관 23명이 파견됐다. 예보관들은 예보를 생산하는 ‘WFC(날씨 예보 센터)’, 예보를 가공해 경기별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WIC(날씨 정보 센터)’ 등에 나뉘어 포진해 모든 경기에 대한 날씨 정보를 생산한다.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심판진들은 수시로 예보관들을 불러 날씨를 확인하는데, 이들 사이에선 예보관을 ‘웨더 맨(weather man)’으로 통칭한다.
통상적인 기상 예보와 달리 동계올림픽에선 예보 지점이 ‘스키 출발점’ ‘스키 도착점’ 등으로 세분화된다. 고도에 따라 경기 출발점에선 내리는 눈이 도착점에선 내리지 않을 때도 있고, 풍속도 다르기 때문이다. 강원 정선에서 열리는 스키 경기의 경우 출발점은 고도가 해발 1270m, 도착점은 852m로 차이가 크다. 시합 당일 적설 여부와 순간 풍속에 따라 스키를 왁싱하는 방법이 달라질 정도로 날씨는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우리 기상청에선 각국 요청에 따라 다양한 날씨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비교해 예보 기술도 발전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겪어본 예보관들 다수가 올해 올림픽에 다시 파견된 영향이 크다. 2018년 3시간 단위로 생산되던 예보는 이번 올림픽에선 1시간 단위로 더 촘촘해졌다. 심판진이나 참가국에서 특정 시간대 예보를 원하면 예보관이 수동으로 데이터를 뽑았던 것도 이제는 자동화됐다. 황수남 예보관은 “국제 스포츠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면 그에 맞는 예보 기술도 덩달아 발전하게 돼 있다”며 “2018년 동계올림픽의 경험이 이번 올림픽을 맞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했다.
우리 기상청이 내놓는 예보에 대한 올림픽 참가국의 신뢰는 높은 편이다. 현재 예보관 각자는 매일 오전 30분 남짓 열리는 심판진 회의에서 평균적으로 30여 개의 날씨 관련 요청을 받고 있다. 홍석봉 예보관은 “2018년에 처음 한국을 찾은 나라 중엔 우리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하고 날씨를 자체 분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 우리 예보가 정확했던 덕에 이번 올림픽에선 참가국들이 우리 예보를 전적으로 믿고 경기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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