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미타쿠예 오야신(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관리자 2024. 1.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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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어릴 적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특히 요즘엔 귀농할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농사의 무한한 확장성에 감복하고 있다.

소박하게 농사를 잘 짓고자 시작했던 귀농생활은 농생태계를 지키는 방법을 모색하며, 지역 천연자원에 담긴 의미와 관계망에 서서히 귀를 여는 생태공동체 구성원으로의 전환기에 접어든 셈이다.

모래톱에서 나와 유려하게 하천으로 유영하는 수달 무리를 만나고, 야생동물의 똥을 파헤치며 누구의 흔적일지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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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어릴 적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귀농한 지 15년이 넘었다고 하니 “이제 완전 전문가네” 한다. “아니야,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라고 했다. 이따금 강의도 하지만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특히 요즘엔 귀농할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농사의 무한한 확장성에 감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주작목이 약초이다보니 재배와 채취를 오가며 숲과 밭이 이어지고, 유기농사를 짓다보니 환경과 농사의 관계를 디자인하고, 생태텃밭수업을 진행하니 교육과 농업을 포개는 작업으로 농사의 궤도가 넓어졌다.

소박하게 농사를 잘 짓고자 시작했던 귀농생활은 농생태계를 지키는 방법을 모색하며, 지역 천연자원에 담긴 의미와 관계망에 서서히 귀를 여는 생태공동체 구성원으로의 전환기에 접어든 셈이다.

지역농민들과 농촌 환경에 관한 대화가 늘었다. “쓰레기처리장에 멀칭용 비닐과 은박 반사필름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더라. 산속에 갔는데 냉장고나 큰 쓰레기들이 찻길 가까운 곳마다 버려져 있었어. 근데 밭일 할 때 나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궁금하던데 무슨 새였을까.”

기어이 관심 있는 농부 친구 몇몇과 작당을 해 연초의 시작을 겨울새 서식지 탐색으로 문을 열었다. 밤새 내린 가루눈으로 산천이 하얗게 변한 이른 아침이었다. 겨울 철새가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물의 깊이가 너무 깊은 것보다 모래톱이 드문드문 드러날 정도의 낮은 수위도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지난가을부터 인근 댐을 관리하는 곳에서 물 수위를 높게 잡아 겨울 철새가 눈에 띄게 줄었다.

걷는 내내 하천 공사 현장과 마주했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일직선으로 반듯하고 획일적으로 인간이 관리하기 쉽게 만들고 있었다. 무수한 생물종이 터전을 잃는 현장이었다. 농지라고 다르겠는가. 밭에도 다양한 환경이 필요하다. 생물종이 많다는 것은 여러가지 환경이 발달했다는 것이고, 서식처가 다양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거창의 물이 흘러 나가는 곳에서는 흰목물떼새와 검은등할미새·알락할미새, 비오리와 청둥오리·쇠오리를 관찰했다. 모래톱에서 나와 유려하게 하천으로 유영하는 수달 무리를 만나고, 야생동물의 똥을 파헤치며 누구의 흔적일지 추측했다. 물길을 따라 걸으며 한해를 시작하는 기운을 북돋는 자리였다.

지난해 환경부에서 시행한 환경교육사 과정을 수료하며 기후붕괴와 탄소중립 시대에 생태농사와 농업 교육에 영감을 얻었다. 농업의 원형은 자연이기에, 환경교육에서도 의식주와 연관된 기후행동으로 생태농업교육은 이미 실천적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나 역시 ‘토종씨앗과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주제로 마지막 시연평가수업을 마무리했다.

농부로서, 엄마로서, 텃밭강사로서 아이들에게 생태감수성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기후행동에 참여하고 실천으로 나아가는 생태감응력은 지속가능한 문명을 위한 생태전환교육의 알맹이가 된다. 아마도 올해 농사수업의 첫 교시는 숟가락을 들고 흙냄새를 맡는 것으로 문을 열 것이다. 비록 생태농업이 주류가 아니지만, 본류이자 원류임을 기억해내고자 말이다. 미타쿠예 오야신.

※미타쿠예 오야신: 북아메리카 원주민 인사말.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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