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취업 남방한계선’ 제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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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들은 삭발하고 청년들은 얼음물을 뒤집어썼다.
용인시가 선택된 이유는 '취업 남방한계선' 때문이다.
취업 남방한계선이란 취업을 할 때 특정 지역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으려 하는 마지노선을 뜻한다.
새로운 기업이 설립될 때 지방자치단체들은 유치를 갈망하지만 취업 남방한계선이 존재하는 한 서울 등 수도권과 경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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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기흥 남쪽으로 가기 꺼려
서울 등지에 젊은층 유입 심화
지역균형발전 위해 개혁 필요
지방 명문 대학·거점도시 육성
정부·공공기관 이전 확대해야
아저씨들은 삭발하고 청년들은 얼음물을 뒤집어썼다. 2019년 경북 구미 시민들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해 벌였던 눈물겨운 장면이다. 구미시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제시했지만 수도권인 경기 용인시에 밀렸다. 용인시가 선택된 이유는 ‘취업 남방한계선’ 때문이다. 취업 남방한계선이란 취업을 할 때 특정 지역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으려 하는 마지노선을 뜻한다. 사무직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 기술직은 용인시 기흥구로 알려져 있다. 이 용어는 수도권 외 ‘변방’으로 갈 수 없다는 인재들의 선언이며 지방은 차별받아도 된다는 잠재의식의 노출이다.
헌법 제123조 제2항은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지만 실천적인 개혁으로 나아간 리더는 드물다. 균형발전은 비효율적이며 수도권이 손해를 본다는 제로섬 논리에 휘둘리면서 개혁은 구호로만 존재한다. 그 결과 서울 등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인구와 일자리를 흡수했다.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1.8%이지만 인구의 50.6%를 차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우수 대학과 대기업 본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정치와 문화까지 독식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도권 독점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층(15∼34세)의 이동이다. 2015년 이후 수도권 인구 증가의 78.5%가 청년 유입이다. 한국은행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일년에 감소한 출생아수를 1만800명으로 추정했다. 서울의 출산율은 0.63명으로 광역시 0.81명과 도지역 0.94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수도권 집중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악순환은 계속된다.
새로운 기업이 설립될 때 지방자치단체들은 유치를 갈망하지만 취업 남방한계선이 존재하는 한 서울 등 수도권과 경쟁할 수 없다. 취업준비생의 합리적 기준인 취업 남방한계선을 당장 제거할 수는 없지만 이를 철폐하기 위한 1단계로 세가지 개혁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명문 대학 육성이다. 대학은 지역의 교육·문화·취업·소비의 중심이지만 지금 지방 대학은 청년 유출과 취업 문제로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정부는 ‘글로컬 대학30’을 통해 지방에도 명문 대학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정책은 정권을 떠나 국가의 명암을 좌우하므로 50년 이상 지속되도록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 1970∼1980년대의 지방 국립대학을 능가하는 명문 대학의 탄생이 취업 남방한계선 철폐의 신호다.
둘째,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 거점도시를 육성하는 전략과 소도시(마을) 살리기 운동을 구분해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업 유치에서 수도권과 경쟁하려면 직원 가족의 정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즉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초·중·고등학교와 종합병원·백화점 등이 두루 갖춰져야 한다. 모든 지방에 이런 인프라를 갖추기는 어렵지만 3∼4개의 지방 거점도시를 집중 지원한다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서울 ‘일극화’ 구조를 ‘다극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신속히 완료하고 더 확대해야 한다.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뿐만 아니라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도 이전해야 서울 일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 많은 공무원들이 서울 출장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세종시가 입법·사법·행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공공기관들도 형식적인 지방 이전이 아닌 완전한 이전을 해야 비로소 취업 남방한계선 철폐의 1단계 개혁이 완성될 것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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